매일 40분씩 빨리 걷기...췌장암ㆍ대장암 위험 17% 감소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32년간 23만1067명 추적 조사

2025-11-08     이보람 기자

중간 강도의 신체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소화기암의 발생과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198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성인 23만 1067명을 3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약 40분 빠른 걷기 수준의 신체활동을 지속한 사람은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7%, 소화기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고 밝혔다.

걷고 뛰기 좋은 산책로가 있다면, 그곳을 정기적으로 비슷한 시간에, 같은 거리를 조깅하면 운동효과가 좋아진다. 초보자들의 경우 걷기와 뛰기를 섞을 수도 있다. 

소화기계 암은 구강, 인두, 식도, 위, 소장, 결장, 직장 등 소화관과 간, 췌장, 담낭 등 보조기관의 암을 포함한다.

이번 연구는 에드워드 지오반누치 교수와 밍장 셰 부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의사협회 종양학 저널(JAMA Oncology) 2025년 10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에는 하버드대가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두 장기 코호트, 간호사건강연구(여성 12만1700명 대상)와 보건전문인연구(남성 5만1529명 대상)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32년간 6538건의 소화기계 암 진단과 3791건의 암 사망을 확인했다.

신체활동량은 대사당량(MET·Metabolic Equivalent Task)으로 계산했으며, 주당 17 MET-시간, 즉 하루 40분가량의 빠른 걷기(시속 5~6km)에 해당하는 수준에서 가장 낮은 암 위험을 보였다.

운동량을 주당 50 MET-시간(하루 약 1시간 45분 빠른 걷기 수준)까지 늘려도 추가적인 예방 효과는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 빠른 걷기, 자전거, 가벼운 조깅과 같은 중등도 신체활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얼마나 세게 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암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당 7.5 MET-시간 이상(세계보건기구 권장 수준)의 신체활동을 꾸준히 실천한 그룹은 활동량이 적은 그룹보다 소화기암 위험이 17% 낮았다(HR 0.83). 암 사망 위험은 28% 감소했다(HR 0.72)./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는 대장암, 췌장암, 간암 등 주요 소화기암에서 특히 두드러진 위험 감소를 보였다. 주당 7.5 MET-시간 이상(세계보건기구 권장 수준)의 신체활동을 꾸준히 실천한 그룹은 활동량이 적은 그룹보다 소화기암 위험이 17% 낮았다(HR 0.83). 암 사망 위험은 28% 감소했다(HR 0.72).

지속적인 신체활동은 체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중 염증 지표인 C-반응 단백(CRP)이 낮아지고, 암세포가 성장하기 어려운 대사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운동이 항암제처럼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내부 환경을 암이 자라기 힘든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오반누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십 년간 꾸준한 신체활동이 암 예방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운동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과학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루 40분 씩 꾸준하게 빠른 걷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건강보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