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암 면역치료법, 20년 내에 올 것"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 사카구치 교수 인터뷰

2025-10-08     홍헌표 기자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도록 막는 ‘면역 브레이크’ 원리를 알아낸 미국일본 면역학자 3인이 6일(현지시각)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가 시상하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메리 브렁코 미국 시스템생물학 연구소(ISB)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 램스델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74)가 그들이다.

노벨 위원회는 “면역체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핵심 과정을 밝혔고, 이는 면역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3명에 대한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명 중 한 명인 사가구치 시몬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암치료법인 면역치료법이 20년 내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노벨위원회 유튜브 캡처

우리 몸은 암,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와 싸우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암 등을 공격해야 하는 면역세포가 체내의 정상 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면 자가면역질환을 앓게 된다. 류머티즘 관절염과 1형 당뇨병, 원형 탈모 등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과거엔 면역체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걸 막는 기전을 ‘중심 관용(central tolerance)’ 개념으로 설명했다. 면역세포(T세포)가 만들어질 때 특정 기관(흉선)에서 정상 조직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면역세포를 미리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과한 면역세포도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중심 관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기전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카구치 명예교수는 1995년 정상 생쥐의 면역세포 중 일부가 다른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조절 T세포’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2001년 브렁코 매니저와 램스델 고문은 쥐 실험에서 특정 유전자(FOXP3)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조절 T세포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FOXP3 유전자가 자가면역질환 발병을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물론, 암 정복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암세포는 조절 T세포를 방패처럼 악용해 면역체계가 종양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종양 주변에 조절 T세포가 많이 모이면 암세포를 공격하려는 T세포의 활동도 억제된다.

이 원리로 조절 T세포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자가면역질환과 암을 정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일 땐 조절 T세포 기능을 강화하고, 암 치료에선 반대로 억제해 종양에 유리한 환경을 무너뜨리는 식이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의 발견을 바탕으로 현재 암과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여러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며 “치료법 중 일부는 현재 임상시험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사카구치 명예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이상적인 암 치료법은 면역치료법”이라며 “그런 꿈 같은 시대가 몇 년 안에 올 수 있냐고 물으면 20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T세포는 암세포에 대해서도 작용할 수 있다”며 “그래서 암이 퇴치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고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암의 면역요법에 대해 “암이 발견됐을 때부터 면역반응을 높여서 전이 같은 것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암에 대한 면역 요법은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카구치 명예교수는 “과학은 앞으로 진행해 나가기 때무네 암은 무서운 병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