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해바라기와 공실이의 해바라기
■ 스토리텔러 에세이_명화 그리기 컬러링
명화 그리기 컬러링은 스케치가 그려진 캔버스에 번호를 맞춰 물감을 색칠하면 그림을 못 그려도 멋진 작품이 완성되는 페인팅이다. 예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선물 받게 되었다.
어떤 그림일까? 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네! 생각보다 커다란 캔버스와 조각조각 작게 나눠진 컬러링 구역들을 보니 막상 시도하기가 두려워졌다. 얼마나 오래 걸릴까? 완성할 수 있을까?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지만 무료한 나날 속에서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즐거운 마음도 들었다.
해바라기 그림이다 보니 물감도 노란색과 초록색, 갈색 계열만 있었다. 해바라기는 노랑이지! 노란색 물감을 붓에 묻혀 같은 숫자 구역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색칠하기 시작했다.
점심때 시작한 해바라기 칠하기는 밤이 되어서야 노란색 구역이 끝났다. 아이고 목이야, 허리야...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오랜 시간 집중하다 보니 안 그래도 뻣뻣한 몸이 더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어! 계속 계속 칠하고 싶어!
마음은 어서 빨리 완성하고 싶었지만 허리 통증이 오래갔다. 방 한 구석에 노란색 해바라기 꽃잎과 화병이 칠해진 캔버스를 세워두고 며칠이 지났다.
미완성된 캔버스를 두고 생활하다 보니 슬슬 다시 색칠해 어서 완성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아주 조금씩만 칠해야겠어. 오늘은 갈색만 칠해야지.
그런데 생각보다 갈색 부분이 많았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이렇게 시들고 마른듯한 해바라기 꽃이 많았던가? 집중해서 갈색 구역을 다 색칠하고 나는 또 목과 허리에 통증을 얻었다. 하지만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시간도 잘 흘러갔다.
처음에는 경계선을 딱딱 맞춰가며 색칠했다.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니까 더 신경이 쓰이고 목도 더 숙이게 되고 허리도 구부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경계선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그저 색칠놀이야. 편의를 위해 나눈 구역일 뿐이야.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 그렇게 나는 또 내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또 며칠의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초록색 계열 물감들을 칠하기 시작했다. 아앗, 놓쳤던 노란색과 갈색 구역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전에 못 봤지? 항암을 해서 이제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는 걸까? 아주 꼼꼼하게 번호를 찾아가며 색칠했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빈칸 위의 노란색 번호가 보이니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니야, 이렇게 작은 구역은 다들 놓치고 살고 있어.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내 스스로 위로하며 다독였다. 일주일 동안의 명화 그리기 컬러링을 통해 나는 완성된 그림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또한 얻게 된 것이다.
민트색 배경에 노란 화병과 노란 해바라기 그림이 담긴 캔버스가 삭막했던 벽면을 화사하게 채워주었다. 하지만 자꾸 갈색의 해바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 해바라기들이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도 기운이 빠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점점 해바라기 그림을 봐도 기쁘지 않았다.
노란색 해바라기로 바꿔야겠어! 색칠하고 남은 물감을 꺼냈다. 너무 어둡고 답답한 부분들을 다시 색칠해야지. 밝은 노란색 물감을 붓에 묻혀 자유롭게 덧칠하기 시작했다. 그림 중앙의 칙칙한 갈색의 해바라기들이 노란색 꽃잎들을 하나씩 하나씩 갖게 되었다.
얼룩덜룩했던 화병도 이제는 반짝반짝 노란빛이 났다. 이제 말라버린 갈색의 해바라기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노란빛 가득한 해바라기 그림처럼 화사하게 지낼 거야! 어둡고 보기 싫은 부분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덧칠하고 변화시키며 살 거야!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이 가득 담긴 공실이의 해바라기로 새로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