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떠난지 4년...엄마의 부재는 여전히 낯설다

■ 스토리텔러 에세이_엄마의 딸, 딸의 엄마

2025-09-14     이경숙=스토리텔러

추석이 다가오니 엄마 생각이 더 깊어진다.

명절을 앞두고는 항상 경동시장에 가셔서 고기며 채소, 과일을 장만하시던 엄마. 때때로 엄마 손을 잡고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웅성거림과 활기차게 북적이는 사연으로 가득한 시장 골목을 함께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내 마음 한켠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엔 마당이 있었다. 나는 그저 그곳에서 소꿉놀이를 한 기억 정도만 희미하게 간직하고 있지만, 엄마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집안 살림을 몽땅 마당에 내놓고 놀고 있더라며 웃으시곤 했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느껴지던 따뜻한 시선, 돌아보면 나를 빼꼼히 바라보며 웃음을 삼키시던 엄마의 행복한 일상이 빠짐없이 뒤따르고 있었다.

엄마! 어디 가?”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어디론가 자꾸만 걸어가셨다. 돌아보실 때마다 쫓아오지 마라는 눈빛을 남기셨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갔다. 낯선 길을 많이도 걷고 또 걸었지만, 끝내 엄마를 놓치고 말았다. 근심과 두려움, 상실감에 젖은 채 눈을 뜨고 나서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지 4년이 지났지만, 엄마의 부재는 여전히 낯설다.

명절을 앞두고는 항상 경동시장에 가셔서 고기며 채소, 과일을 장만하시던 엄마.

외출에서 돌아오실 때마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시던 순간들, 무언가에 몰두하던 내 시선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만개한 수국처럼 활짝 웃으며 넉넉한 품으로 나를 안아 주시던 기억,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의 틈이 생기면 말없이 어부바손짓을 건네시던 모습이 아직도 잘 박힌 못처럼 내 안에 선명하다.

나는 늘 그 손짓이 반가워 하던 놀이도 잊은 채 냅다 달려가 업혔고, 엄마의 등에 기대던 그 순간, 세상은 마치 온 우주가 내 품에 안긴 듯한 완전한 평화와 만족감으로 가득 찼다.

일상을 보내다 문득 뒤돌아보면 강아지 감자와 딸아이가 뒤엉켜 꽁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장면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일상을 보내다 문득 뒤돌아보면 강아지 감자와 딸아이가 뒤엉켜 꽁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장면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 엄마도 나를 이렇게 바라보셨겠구나. 내가 느끼는 이 다정한 시선과 감흥으로, 엄마는 내 어린 날들을 지켜보셨겠구나.’ 잔잔한 감동이 벅차게 밀려온다.

엄마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은 이제 나의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의 눈에도 그 빛이 이어질 것이다. 엄마가 곁에 있어 매일같이 그 따뜻한 시선을 만질 수 있는 딸아이가 부럽다.

그러나 이내 깨닫는다. 엄마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음을. 내 안에 켜켜이 쌓인 미소와 손길, 그리고 사랑의 기억이 지금도 내 곁에서 조용히 머물며 고단한 삶의 현장에 위안이 되어 주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