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6개월만에 또 신경내분비암...내 마음 돌볼 용기를 갖고 싶다
■ 스토리텔러 에세이_암환자로 살아가는 길
2024년 5월 29일.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현실은 마주하기 힘겨웠고, 누군가에게 약하게 보일까 동정의 눈빛을 받을까 두려워 오히려 더 괜찮은 척하며 외면해왔다. 숨기고 싶었다.
대단한 경험도, 좋은 이야깃거리도 아닌데 굳이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 희망, 혹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제는 나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조금은 생긴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본다.
어린 시절, 내 소원은 코피를 한 번 흘려보는 것이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코피 흘리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철부지 나는 코를 때려보기도 하고 별의별 시도를 다 했지만,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하하.
2024년 5월 29일, 1년 여 전 나는 암 환자가 되었다.
그날의 사진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볼 때마다 속이 울렁거린다. 웃고 있는 내 얼굴 뒤로, 밤이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정밀검사를 위해 바로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1~2주 뒤에, 일이 끝나고 입원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가 간호사에게 혼이 났다. ‘나라는 인간 참…’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0기 정도일 거라 하셔서 ‘큰일 아니겠지’ 싶었다. 그런데 진단명은 소세포 자궁경부암. 1cm도 되지 않는 작은 종양이었다.
크기가 작아 초기에 발견되기 어려운 암종이라 진단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지를 보며 의사와 함께 “암이 요이 땅~ 하고 올라가려다 딱 걸렸네”라며 억지웃음을 지었던 기억도 난다.
국내외 논문을 찾아 읽었다. 읽을수록 두려움과 혼란만 커졌다. 생존율은 낮았고 치료 성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찾기 어려웠다. 희망적이지 않은 정보들 속에서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렇게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회복 중일 때, 2025년 1월 또 다른 신경내분비암을 마주해야 했다. 두 번째 진단은 가족에게도 한동안 알리지 않았다.
혼자서 많이 울었고, 나중에야 엄마에게 농담처럼 “나 상위 5% 안에 들었어. 근데 이런 건 왜…”라며 웃어넘겼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는 더 밝게 웃으며 감추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원발이 어디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암 경험이 내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때로는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쉽게 움츠러든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보고,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심리상담사로서, 또 암 환자로서 살아가는 길.
한 번뿐인 인생.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