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세포 뼈 전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진행될까

프린스턴대 강이빈 교수팀, '셀'에 논문 발표

2025-09-05     이보람 기자

암세포가 뼈와 골수로 번지면 암 치료가 훨씬 어려워지고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특히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뼈 전이는 예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강이빈(Yibin Kang)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가 뼈의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세계 최초로 규명해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전이암 개수가 적은 소수전이암일 때 없애는 치료를 하면 암 진행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암세포가 뼈로 전이된 뒤 어떤 방식으로 적응하는지 밝히기 위해 단일세포 수준의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 주변에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모여 있는 현상을 확인했다.

대식세포는 철분을 공급해 적혈구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암세포에 철분을 빼앗기면 오히려 암세포 생존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적혈구 성숙의 마지막 단계인 핵 방출이 방해돼 미성숙 적혈구가 쌓이고, 환자에게 빈혈이 심해지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암세포는 대식세포로부터 빼앗은 철분을 이용해 헤모글로빈을 합성했다. 헤모글로빈은 원래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단백질인데, 암세포가 이를 만들어 산소가 부족한 뼈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전장에서 적군이 아군의 보급품을 빼앗아 요새를 세우는 것처럼, 암세포는 뼈라는 험지에서 버틸 수 있는 생존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강 교수는 “암세포가 적혈구처럼 행동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이번 발견은 뼈 전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향후 치료 전략 마련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전이성 유방암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폐암과 신장암 등 다른 암 유형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뼈 전이 억제뿐만 아니라 빈혈 같은 합병증을 완화할 방법을 찾는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