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암치료... DNA 한 가닥만 잘라도 암 사멸
울산과학기술원 "PARP 억제제 함께 사용하면 암제거 극대화"
암세포 유전자(DNA)의 이중 나선 중 한 가닥만 잘라도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유전자 가위 항암 기술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이 개발했다고 울산과학기술원이 3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 항암 기술은 암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 가위로 잘라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22년 이 기술을 처음 제시했지만, 당시엔 20개 이상의 유전자 가위를 한꺼번에 주입해 DNA의 이중 나선을 끊어야 했다. 때문에 가위 전달이 까다롭고, 정상세포 손상 위험도 컸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DNA 이중 나선 중 한 가닥만 잘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로 볼 수 있다. 파프(PARP,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 억제제를 함께 사용해 유전자 가위 수도 4개로 줄였다.
PARP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단일 가닥 절단이 이중 가닥 절단으로 이어져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실제 유전자 가위와 PARP 억제제를 대장암 환자 암세포로 만든 인공 장기에 투여하자 암세포가 자라지 않았다.
대장암 세포를 생쥐에 이식해 진행한 전임상 실험에서는 6주 동안 종양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기존 방사선 치료와 병행했을 때도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방사선은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의 DNA까지 손상시키는 단점이 있지만, 유전자 가위와 함께 사용하자 낮은 용량의 방사선만으로도 암세포 제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의 공식 학술지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에 지난달 1일 게재됐다.
논문 주 교신저자인 조승우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가위 전달 과정의 복잡성과 세포 독성을 크게 줄여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인 연구이자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의 적용 범위를 넓인 결과”라며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병용 치료 전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