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 올레오칸탈·올레아세인 성분, 암 성장ㆍ전이 억제 이유는?
암이 성장하고 전이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혈관 신생이다. 혈관 신생은 기존 혈관에서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는 과정으로, 암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고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중해 식단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음식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이 같은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올리브오일 중에서도 최상급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에 주로 함유된 페놀 화합물인 올레오칸탈과 올레아세인이 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그라나다대 안토니오 마르레로 박사 연구팀이 2023년 9월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딘 앤드 파마코테라피(Biomedicine & Pharmacotherapy,생의학&약물치료학)’에 게재한 논문은 시험관 세포 실험과 동물 모델을 통해 올레오칸탈과 알레아세인이 암세포의 혈관 신생 과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담았다.
세포 실험에서는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 관 형성 능력이 현저히 줄었고, 일부 조건에서는 세포 사멸까지 유도됐다.
동물 실험에서도 종양 내 혈관 형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암세포가 확장하는 데 필요한 공급망 자체를 차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분자 수준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확인됐다. 두 성분은 혈관 신생을 촉진하는 신호전달 경로인 VEGFR2 및 ERK/MAPK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세포의 움직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 성장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효과를 보여준 셈이다. 연구는 특히 사람의 생리 조건에 가까운 농도에서 효과가 관찰돼 임상적 가능성을 높였다.
같은 연구팀이 참여한 최근 리뷰 논문(국제학술지 ‘영양학’, 2024년)에서는 하이드록시티로솔과 그 유도체, 올레오칸탈, 올레아세인의 생리활성 특성이 종합적으로 평가됐다.
이들 화합물은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넘어 암세포 억제, 혈관 신생 차단, 동맥경화 진행 억제에 잠재력을 보이며, 특히 자가포식(autophagy) 조절을 통해 암과 신경질환에서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유래 화합물은 단순한 건강식품 차원을 넘어 질병 예방과 치료에 응용될 수 있는 중요한 생체 활성 물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