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가 치매 유발? 8년 추적 연구 결과는 정반대

유방암 환자 치매 위험, 非환자보다 8% 낮아

2025-08-23     최윤호 기자

유방암 항암치료 과정에서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치매 발병 위험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6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7만 701명과 암에 걸리지 않은 인구 집단 18만 360명을 비교한 결과다.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에 발표된 연구 결과, 추적관찰 기간 7.9년(중앙값) 동안 치매를 진단받은 비율은 유방암 환자군에서 1000인년(1인년은 환자 1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단위)당 2.45건으로, 대조군 1000인년당 2.63건보다 낮았다.

유방암 항암치료 과정에서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치매 발병 위험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6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7만 701명과 암에 걸리지 않은 인구 집단 18만 360명을 비교한 결과다. /게티이미지 뱅크

연구팀이 이를 토대로 나이와 성별, 소득수준, 동반 질환, 흡연, 음주 등 치매 위험 인자의 영향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방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일반인구 대비 8%가량 낮았다. 특히 항암치료 중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엔 치매 위험이 23%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유방암 치료에 흔히 쓰는 탁센,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암제가 일시적으로 환자의 주의·집중력을 낮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치매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다.

특히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약은 치매 유발 물질인 타우 단백질 등의 축적을 막거나 제거하는 식으로 보호 효과를 보였을 것으로 해석했다.

또 치매 환자의 뇌에 일정 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뇌의 염증반응이 줄어들어 인지기능이 향상됐는데, 유방암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뇌에 방사선이 미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어 이런 요인 역시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라면 치매 위험을 높이는 다른 인자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같은 유방암 환자라도 치매 위험이 흡연자는 2.04배, 당뇨병 환자는 1.58배, 만성 신질환자는 3.11배였기 때문이다.

신동욱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중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지만 일시적일 뿐 치료 과정에서 회복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