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무관한 지방간도 간암 위험…비침습 검사로 조기 감시 가능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간경변증 없어도 간암 가능성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도 간암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간단한 비침습 검사(혈액, 영상검사처럼 통증과 위험이 거의 없는 검사)를 활용하면 고위험군을 93% 이상 정확도로 가려내 간암 조기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앓는 흔한 질환으로, 이전에는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불렸으나 당뇨·고혈압·비만 등 대사질환과의 연관성이 강조되면서 명칭이 변경되는 추세다.
MASLD 환자는 간경변증이 없어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 간암 감시 지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간센터 김승업·이혜원 교수 연구팀은 홍콩중문대학교를 비롯한 미국·유럽·아시아 16개 기관과 함께 MASLD 환자의 간암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2단계 비침습 평가 전략을 검증했는데,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거트(Gut, IF 25.8)‘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단계 혈액검사로 섬유화 지표(FIB-4)를 계산하고, 2단계 진동제어초음파 탄성측정법(VCTE)으로 간 경직도 측정해 간암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기준을 도출했다.
▷FIB-4 3.25 이상 또는 간 경직도 20kPa 이상이면 1년 안에 간암이 생길 확률이 1%를 넘어 정기 감시 필요
▷FIB-4가 높고 간 경직도가 15kPa 이상이면 간경변증 여부와 관계없이 고위험군
▷FIB-4가 높지만 간 경직도가 낮으면 3년 내 간암 발생 확률이 0.3% 미만(감시 대상 제외)
이 전략은 ‘누가 위험군이고 누가 안전군인지’를 잘 구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AUROC가 0.733이었고, 고위험군을 위험군으로 판정하는 정확도(양성 예측도)는 7.9%, 안전군을 정확히 안전하다고 판정하는 비율(음성 예측도)은 99.7%였다. 전체 정확도는 93%를 넘었다. 즉, 고위험군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안전군을 불필요하게 검사하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승업 교수는 “간경변증 여부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현실적이고 간편한 간암 예측 전략”이라며 “기존 감시 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원 교수는 “MASLD 환자 맞춤형 감시체계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