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수술 없이 치료한다는 비열 바이오플라즈마는?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제시했다. 임신을 위해 자궁을 보존해야 할 가임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희망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팀은 숙명여대 김종민 교수, 숭실대 심가용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비열 바이오플라즈마(Non-thermal Plasma, NTP)를 활용한 자궁경부암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까지 함께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체 약물전달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약물 방출 조절 저널)’ 6월호에 게재됐다.
비열 바이오플라즈마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저온(실온 수준)에서 생성된 플라즈마를 생물학적·의학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는 전기적으로 이온화된 기체 상태로, 전기와 자기장에 반응하는 고에너지 물질이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가 잘 되는 편이지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치료는 자궁 적출과 생식 기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은 20~40대의 가임기 여성으로, 현행 표준치료를 받으면 임신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권병수 교수 등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비열 바이오플라즈마(NPT)를 자궁경부암 세포 및 동물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바이오플라즈마는 환자 유래 자궁경부 조직 내 최대 5mm까지 침투해 암세포 사멸을 직접 유도했으며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을 유발해 면역계의 암 인식·제거 기능도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이는 치료 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항산화 효소인 SOD1(Superoxide Dismutase 1, 초과산화물 디스뮤타아제 1)의 발현이 낮을수록 바이오플라즈마에 대한 암세포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환자의 종양 특성에 따라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플라즈마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로 맞춤형 치료 적용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병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정밀의료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한 성과로 환자 가임력을 보존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바이오마커를 통해 치료 반응을 예측함으로써 개별 환자에 최적화된 맞춤형 암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바이오플라즈마 전문 의료기기 기업 아이비엠솔(IBMSol)을 창업해 후속 기술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 상피내암 및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수술 치료기기 CureGynPlas(큐어진플라스)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