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수술 없이 치료한다는 비열 바이오플라즈마는?

2025-07-23     이보람 기자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제시했다. 임신을 위해 자궁을 보존해야 할 가임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희망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팀은 숙명여대 김종민 교수, 숭실대 심가용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비열 바이오플라즈마(Non-thermal Plasma, NTP)를 활용한 자궁경부암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까지 함께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체 약물전달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약물 방출 조절 저널)’ 6월호에 게재됐다.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팀은 숙명여대 김종민 교수, 숭실대 심가용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비열 바이오플라즈마(Non-thermal Plasma, NTP)를 활용한 자궁경부암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까지 함께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열 바이오플라즈마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저온(실온 수준)에서 생성된 플라즈마를 생물학적·의학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는 전기적으로 이온화된 기체 상태로, 전기와 자기장에 반응하는 고에너지 물질이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가 잘 되는 편이지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치료는 자궁 적출과 생식 기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은 20~40대의 가임기 여성으로, 현행 표준치료를 받으면 임신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권병수 교수 등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비열 바이오플라즈마(NPT)를 자궁경부암 세포 및 동물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바이오플라즈마는 환자 유래 자궁경부 조직 내 최대 5mm까지 침투해 암세포 사멸을 직접 유도했으며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을 유발해 면역계의 암 인식·제거 기능도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이는 치료 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항산화 효소인 SOD1(Superoxide Dismutase 1, 초과산화물 디스뮤타아제 1)의 발현이 낮을수록 바이오플라즈마에 대한 암세포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환자의 종양 특성에 따라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플라즈마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로 맞춤형 치료 적용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병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정밀의료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한 성과로 환자 가임력을 보존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바이오마커를 통해 치료 반응을 예측함으로써 개별 환자에 최적화된 맞춤형 암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바이오플라즈마 전문 의료기기 기업 아이비엠솔(IBMSol)을 창업해 후속 기술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 상피내암 및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수술 치료기기 CureGynPlas(큐어진플라스)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