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 식단, 췌장암 전단계 병변 60% 증가… 저지방으로 바꾸면 예방 가능
비만과 췌장암의 연결고리, 식이 변화로 끊을 수 있을까. 고지방 식단이 췌장에서 암 전 단계로 알려진 병변 발생을 60%나 높이는 반면, 저지방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병변 진행을 늦추고 암 발생까지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의 헤라르도 매켄지 교수 연구팀은 5일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Journal of Nutrition)’에 췌장암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식이 개입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세포 수준에서 암 발생 경로를 되돌릴 수 있는 놀라운 변화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췌장암 유전자를 가진 생쥐 72마리를 3개그룹으로 나누고 21주간 서로 다른 식단을 제공해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그룹은 열량의 60%가 지방으로 구성된 고지방 식단을, 2그룹은 열량의 11%만 지방인 저지방 식단을 제공했으며, 3그룹은 초기 8주는 고지방을 이후 13주는 저지방 식단을 먹였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을 지속한 1그룹은 체중이 다른 그룹보다 평균 1.7배 증가했으며, 췌장에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병변(선방세포-관세포 이형성)이 60% 많이 나타났다. 암으로 실제 진행된 생쥐도 2마리 발생했다.
반면 3그룹처럼 고지방에서 저지방으로 전환한 경우, 체중은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췌장 병변 진행도 억제됐으며 암 발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저지방 식단을 처음부터 유지한 2그룹에서는 전암성 변화나 암 발생 모두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쥐들의 췌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고지방 식단 그룹에서 세포 대사, 면역 반응, 유전자 발현, 췌장 기능 등에 광범위한 교란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리놀레산 등 지방산 대사 과정에서 생긴 해로운 부산물이 증가했으며, 장내 미생물군도 건강하지 못한 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식단을 저지방으로 바꾼 그룹에서는 해로운 지방산 부산물이 줄고 장내 미생물군도 건강한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조애너 위커스 연구원은 “비록 생쥐 대상 연구지만, 식단 같은 생활 습관 변화가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켄지 교수는 “체중을 정상화하는 것만으로도 비만에 의해 가속화된 췌장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식단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한 식이 조절이 암 위험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가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저지방 식단(지방이 전체 열량의 30% 이하)은 100kcal당 지방 3g 이하의 식단이다. 대표적인 식단 구성은 다음과 같다.
추천 식품: 채소, 과일,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닭가슴살, 흰살 생선, 두부, 계란, 올리브유, 아보카도
섭취를 피해야 할 식품: 버터, 라드, 소시지, 가공육, 마가린, 패스트푸드, 정제된 탄수화물과 설탕.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는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