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잡는 유도탄' 엔허투, 퍼제타와 함께 쓰면 전이성 유방암에 획기적 효과
ASCO 2025 발표...표준치료 대비 질병 진행 44% 감소
‘암을 잡는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3상 결과가 4일(한국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끝난 ASCO 2025(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6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3일 ASCO 2025 특별 구두 발표 세션에서 엔허투와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의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됐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엔허투+퍼제타’ 병용요법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기존 표준 치료 대비 44%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엔허투와 퍼제타를 병용 투여한 결과, 기존 THP(탁산+허셉틴+퍼제타) 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암 치료 후 종양이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르기까지 환자가 생존한 시간을 말한다.
독립 중앙 검토(BICR) 기준으로 ‘엔허투+퍼제타’ 병용그룹의 PFS 중앙값은 40.7개월, THP 그룹의 PFS 중앙값은 26.9개월이었다. 연구자 평가 기준에서는 ‘엔허투+퍼제타’ 병용그룹40.7개월, THP 그룹 20.7개월로 격차가 더 컸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엔허투+퍼제타’ 병용 그룹이 85.1%로, THP 투여 그룹 78.6%보다 높았다. 완전관해(CR) 사례도 ‘엔허투+퍼제타’ 병용그룹 58건, THP 투여그룹 33건으로 보고됐다.
책임연구자인 사라 톨라니 다나파버암연구소 유방암센터장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대부분 1차치료 시작 후 2년 이내에 질병이 진행되는데, 이번 연구에서 3년 이상 무진행 생존을 입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핵심 연구자로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DESTINY-Breast09 연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요법이 기존 표준요법(THP 요법) 대비 매우 유의미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라며 “특히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내장 전이, 뇌전이, 또는 PIK3CA 돌연변이를 동반한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일관되게 긍정적인 치료 효과가 관찰된 점은 해당 병용요법이 다양한 환자군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교수는 "향후 전체 생존율(OS) 등을 포함한 장기적 지표에 대한 후속 분석과 함께, 장기간 엔허투 기반 병용요법이 탁산 중단 후 HP 유지요법과 비교해 갖는 안전성에 대한 평가도 추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