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 그리고 재발..."지금이 최고의 날"
캔드림-예담라이프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 수상자 박준호 씨
암경험자와 가족들이 모여 만든 캔드림협동조합이 예비사회적기업인 후불제 상조회사 예담라이프(대표 신선철)와 함께 진행하는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 3회 수상자로 만성골수성백혈병 경험자인 박준호 씨가 선정됐다.
‘앎경험자 나의 이야기’ 공모전은 예담라이프와 캔드림협동조합이 암경험자 중 한 명을 선정해 캔드림협동조합 조합원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물하는 나눔 행사다.
예담라이프가 구입해 박준호 씨에게 선물한 작품은 캔드림 조합원인 김소라 작가의 작품 '희망의 깃털'(종이공예)다.
캔드림협동조합 네이버카페(https://cafe.naver.com/canfcoop/446)에 쓴 박준호 씨의 암경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앞 마당을 정비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낸 일요일이네요. 2016년 9월을 생각하면 오늘은 없었는데 말이죠^^.
저는 9년전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진단 전 다소 피로함과 살이 갑작기 빠지는 상황이라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해 여름에 건강검진 중 백혈병을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매우 두려웠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확진 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차량들을 매매하며 진단 결과를 기다리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어떤 혈액암인지 골수 검사가 진행되는 2주가 많이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것 같아요. 죽는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던 40대 초반의 가장이기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치료제가 있는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항암제 투여를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투약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투약 1주일부터 다양한 통증들이 시작되더군요.
허리 진통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이후 심한 피부 발진과 전신 부종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하였습니다. 1년쯤 지나니 범불안장애로 다니던 직장을 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스프라이셀이라는 이 작은 약 하나가 나를 이렇게까지 짓누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주치의께서도 저의 상태가 부작용 상위10% 수준이라고 다른 약 변경을 권유하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 "나는 도대체 언제 남들처럼 괜찮아지는 거지?"를 수없이 생각하고, 심한 발진으로 흉해진 내 얼굴을 보며 5번 비누칠을 하며 닦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치료 5년이 되던 해에 암 수치가 제로는 아니었지만 주치의께 투약 중단을 요청드리고 오랜 시간 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용량을 줄이며 2022년 투약 중단을 시도하였습니다.
투약 중단과 더불어 대부분의 부작용들이 사라지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였습니다. 투약 중단 1년이 지나니 언제 암환자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인으로 지내고 살았습니다. 가끔 소주도 한두 잔 씩하고 일도 좀 빡시게 하고~. 그냥 남들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투약 중단은 2년 3개월간 유지. 그러나 재발되었습니다. 아쉽게도 2년 넘게 잘 유지되던 제로 수치가 2024년 여름 100배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행하여 재투약을 진행하였습니다.
다시 시작된 표적항암제 투약은 다시 모든 부작용들을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허리통부터 시작하더군요. 2주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8년 전에는 모르는 상태에서 만난 부작용들이지만 이번에 2번째인 만큼 다룰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2016년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시작된 부작용들을 대응해가며 그때와는 다른 자세로 암이라는 친구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재발 당시 집 나간 멘탈을 돌리는데 2개월 이상 걸렸던 것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는데요~. 저는 이 친구(백혈병)를 통해 몇 가지 변화된 생각이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지금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날이고 최고의 날이라는 것!
둘. 이 친구를 버리려고 하기보다는 늘 마주해야 한다는 것!
셋. 이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넷. 우리 옆에는 자신만큼 아프고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계속 이어 나가고 싶지만 네가지로 줄이고, 여기 캔드림에 계신 환우 여러분! 위에 네번째 말이 저는 가장 좋은데요~. 힘든 당신들 곁에는 가족과 아픔을 함께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오늘도 최고의 날~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