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면역치료 새 돌파구… KRAS G12V 변이 발견, 치료 반응 높일까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6.5%에 불과한 난치암이다. 초기 증상이 없어 일단 진단되면 상당히 암이 진행된 상태이며, 기존 치료법이 잘 듣지 않는 암이다. 최근 여러 암종에 효과를 보는 면역항암치료도 췌장암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과 KAIST 공동연구팀이 췌장암 면역치료의 효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유전자 단서를 밝혀내 향후 치료 전략에 전환점을 제시했다. 췌장암의 대표적 유전자 변이인 크라스(KRAS)의 하위 유형에 따라 면역세포의 분포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전은성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 김송철 간담도췌외과 교수,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췌장암 환자 17명의 수술 조직을 다중형광 면역염색법으로 정밀 분석, 면역세포가 종양 자체보다 세포외기질에 3.8배 더 많이 분포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종양 가까이에 있어야 할 T세포가 섬유화된 장벽에 막혀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KRAS G12V 변이 췌장암에서 면역세포가 더 활발히 분포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더 흔하게 발생하는 G12D 변이에서는 면역세포의 침투가 제한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KRAS 유전자 변이를 유도한 오가노이드 모델에서도 이 같은 차이를 재현해냈다.
단순히 유전자 변이가 암을 유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의 위치와 활성까지도 결정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T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환자의 생존율도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섬유화 기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T세포 침투가 급격히 감소하는 임계점도 함께 밝혀졌다.
전은성 교수는 “KRAS 변이 중 G12V 유형은 기존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유형의 췌장암 환자들이 면역치료에 더 잘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마리를 찾았다”며 “향후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춘 정밀 면역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캔서 레터스(Cancer Letters, 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