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방해하는 M2형 대식세포 공격…차세대 면역항암제 국내서 개발
항암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나쁜 면역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면역항암제가 개발됐다.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고형암 치료에도 적용 가능성이 커 정밀 면역치료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경희대학교 배현수·강성호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 주변에서 종양 성장을 돕는 M2형 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TB511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식세포는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세포로, 일반적으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M1형과 정반대로 암의 성장을 돕는 M2형으로 나뉜다. M2형 대식세포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을 억제하고 암 진행을 유도하는 핵심 세포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이 세포만 정확히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자연계 독성 물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좋은 면역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M2형 대식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펩타이드-약물 결합체 TB511을 만들었다. 이 약물은 종양 내부에서만 활성화되는 CD18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해 치료의 정확도를 높였다.
TB511을 대장암, 폐암, 췌장암 등 고형암 동물모델에 투여한 결과,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정상 면역세포에는 손상이 없었다.
이 후보물질은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배현수 교수는 “TB511은 종양 내부에서만 작용해 M2형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스마트 약물’”이라며 “향후 다양한 암에 활용할 수 있는 정밀 면역항암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면역항암 분야 학술지인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