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플리맙+이사툭시맙' 면역항암 치료, 희귀 난치성 림프종에 효과

2025-04-14     이보람 기자

재발하거나 치료가 잘 되지 않는 NK/T세포 림프종(ENKTL)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NK/T세포 림프종은 일반적인 림프종과 달리 림프절 외부 조직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으로, 현재까지 뚜렷한 표준 치료법이 없다. 기존 치료제로 쓰이는 면역항암제(PD1 억제제)만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많아,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할 만큼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김원석, 김석진 교수팀과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이 난치성 질병에 두 가지 약물을 함께 쓰는 방법을 시도했다. 하나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돕는 면역항암제인 세미플리맙(제품명 리브타요)이고, 다른 하나는 이사툭시맙(사클리사)이라는 약으로, 이는 CD38이라는 물질을 억제해 면역반응을 높여준다.

재발하거나 치료가 잘 되지 않는 NK/T세포 림프종(ENKTL)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팀은 PD1 억제제와 CD38 억제제를 병합한 면역항암제 치료가 높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게티이미지뱅크

세미플리맙은 PD-1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강화한다. 국내에서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피부편평세포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사툭시맙은 사노피에서 개발한 것으로, 다발골수종을 비롯한 여러 혈액암 치료에 사용된다. ​

연구진은 이 두 약물을 병합하면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총 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임상 연구 결과, 환자의 65%(24명)가 약물 병합 치료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완전히 암이 사라진 환자 비율이 51%(19명)로, 기존의 단독 치료(15~30%)와 비교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번 병합 치료법은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 평균적으로 9.5개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약 30개월 이상), 절반 이상의 환자가 여전히 건강히 생존해 있었다. 또한 이번 치료 방법은 심각한 부작용이나 치료로 인한 사망 사례도 없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PD1 억제제와 CD38 억제제를 병합한 치료가 높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더 확실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블러드(Blood)'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