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CAR-T세포치료제 진화 중… 초음파로 암 공격 강화

미국 USC 생명공학 연구진, '에코백 CAR-T세포' 개발

2025-04-06     홍헌표 기자

CAR-T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는 혈액암과 일부 고형암 치료에서 큰 성과를 보여 ‘꿈의 항암제’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고형암에서는 면역 회피 기전과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성으로 인해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기존의 CAR-T세포치료제보다 5배 더 오래 작동하고, 초음파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CAR-T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학계와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AR-T세포 치료 개념도. 혼자의 몸에서 채취한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을 공격하는 힘을 키운다. 이게 CAR-T세포다. CAR--T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한 뒤 환자의 몸에 주사한다.  CAR-T세포는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다니며 암세포를 공격한다. '에코백 CAR-T세포'는 지속성과 공격력을 훨씬 강화한 암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생명공학 연구진은 ‘에코백(EchoBack) CAR-T세포’라는 새로운 개념의 면역세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는 지난 2일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연구팀을 이끈 잉샤오 왕 교수는 CAR-T세포가 종양 부위에 특정 초음파 신호를 보내면 활성화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암세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에코백(EchoBack)이라는 명칭은 이 세포가 초음파 신호에 반응하고, 다시 반향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활성화되는 피드백 회로를 가졌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기존의 1세대 초음파 제어형 CAR-T세포는 대체로 약 24시간 동안만 작동하기 때문에 매일 치료가 필요했지만, 에코백 CAR-T세포는 한 번의 초음파 자극으로 5일 이상 종양을 감시하고 공격한다.

USC의 롱웨이 류 교수는 CAR-T세포 활동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치료 간격이 최대 2주까지 늘어날 수 있어, 환자의 병원 방문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집속 초음파 기술은 단 10분의 짧은 자극만으로도 CAR-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온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후 세포는 암세포를 추적하고 공격하는 활동을 이어간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CAR-T세포의 작동 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코백 CAR-T세포는 종양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한 뒤에는 CAR 분자가 점차 분해되어 T세포가 자연스럽게 비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정상세포에 대한 비의도적 공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존 CAR-T 치료에서 문제가 되었던 과활성화 부작용과 사이토카인 폭풍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과 교모세포종 등 고형암 모델에서 생쥐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CAR-T세포보다 우수한 종양 축소 효과와 지속성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향후 유방암, 망막모세포종 등 다양한 고형암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규격화된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CAR-T세포가 초음파에 반응해 종양세포를 찾아내는 수준까지 스마트해졌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