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식욕 감퇴...난소암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오진한 이유
40세에 난소암 겪은 영국 사례
난소암을 의료진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오진했지만 환자 본인이 적극적인 검사를 요청해 난소암 진단을 받은 뒤 완치한 사례가 영국 언론에 소개됐다.
'더 선' 등 외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나탈리 피어스(52)는 2012년 40세 때 배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었다. 피어스는 한 번도 그런 증상을 겪은 적이 없어서 당황했지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똑같은 증상이 몇 주간 지속되고 복통까지 동반되자 피어스는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식단을 바꾸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검사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의료진이 검사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내 증상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 피어스는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는 "난소암은 더 나이 든 사람들만 걸리는 줄 알았는데 막 40대에 접어든 내가 걸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피어스와 가족들 모두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 BRCA1 유전자가 있는 여성은 유방암,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피어스는 난소암 치료 후 2013년 완전관해(암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 판정을 받았지만,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 수술을 했다.
나탈리 피어스가 겪은 난소암은 난자를 생산하고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2021년 3221명이 난소암 진단을 받아 전체 암 발생의 1.2%, 전체 여성암 발생의 2.4%를 차지했다. 난소암 진단을 받은 연령은 50대가 28.7%로 가장 많고, 60대 20.5%, 40대 17.8%의 순이다.
피어스처럼 처음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오진 된 이유는 난소암의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있더라도 다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돼도 증상이 복부 통증이나 허리통증,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의 위장 질환 증상, 변비나 비뇨기계 질환과 비슷하다.
난소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1기 5년생존율은 76%~93%로 보고된다. 2017년~2021년의 난소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5.9%였다. 하지만 난소암은 대부분 3기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이 높아 5년 상대생존율이 30~40%로 낮아진다.
난소암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 피어스처럼 유전자(BRCA) 검사에서 양성이라면 음성일 때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BRCA 유전자는 17번 염색체에 있는 BRCA1과 13번 염색체에 있는 BRCA2가 있다. 이 유전자는 DNA의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을 가졌는데,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난소암이 발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