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기술, 카이스트 연구진 개발

2024-12-23     이보람 기자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치료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대장암 세포를 죽이지 않고 성질만 변화시켜 정상 대장세포와 유사하게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치료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대장암 세포를 죽이지 않고 성질만 변화시켜 정상 대장세포와 유사하게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기전을 보여주는 개념도./카이스트 제공

연구진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세포분화 궤적을 역행한다는 관찰 결과에 주목했다. 정상세포가 외부자극에 부합하는 세포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암세포는 외부자극을 무시한 채 통제 불능의 세포분열 반응만 일으킨다는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특정 조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가역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으며,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이같은 입출력 관계 회복이 실제 암세포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세포의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될 수 있는 이유는 생명체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획득된 세포 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견실성(robustness)과 중복성(redundancy)에 기인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암세포 가역화를 유도할 수 있는 타겟을 체계적으로 탐색해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혁신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연구진은 정상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마스터 분자 스위치를 체계적으로 탐색해 발굴했다. 이를 대장암 세포에 적용했을 때 대장암 세포의 상태가 정상화된다는 것을 분자세포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조광현 교수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며 “기존 항암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암 가역 치료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 모두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