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백혈병 이기고 학교 돌아간 여고생 스토리
급성백혈병 여고생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간 사례를 서울성모병원이 공개했다.
세연이(선화예고 1학년)는 지난해 5월 무용 실기수업 중 갑자기 평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때 발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한국무용으로 진로를 바꾼 세연이는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세연이는 학교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듣고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끝에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즉시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림프구계의 백혈구가 미성숙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 증식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억제하여 발생하는 악성 혈액암이다.
20세 이하 백혈병 환자의 약 85% 정도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대부분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되지만, 세연이는 최고 위험군이라 조혈모세포이식도 필요했다.
세연이도 가족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루 종일 무용복을 입고 연습을 해서 피부가 붉게 올라왔다고만 생각했다.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출혈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결국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돼 휴학을 했다.
세연이는 올해 초,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 치료를 하면서 1학년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식 후 최소 6개월까지는 여러 위험으로 학교생활이 어렵지만, 세연이의 배움을 향한 강한 의지에 가족도 의료진도 최선을 다했다. 꿈에 그리던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개교 50주년 공연은 물론 국립극장 공연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식 13개월째인 지난 13일 마지막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백혈병 치료 과정에서 이렇게 학교에 빨리 복귀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세연이는 2학년에 올라가기 전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
세연이는 “치료받는 동안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때가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 힘내면 좋겠다”고 투병 중인 다른 환아들을 응원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윤희성 전문간호사는 “치료를 잘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세연이의 모습이 저희에게는 보람이자 큰 선물”이라며 “세연이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고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주치의)는 “세연이의 의지와 가족의 따뜻한 지원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후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텐데 학교 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한 세연이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