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하면 떠오르는 단어? 죽음 아닌 행복한 삶

유방암 3기 완치 김영미씨 수기 (3)

2020-05-20     정리=홍헌표 기자

이 시리즈는 2012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받은 뒤 치밀한 몸맘 건강 관리를 통해 완치한 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김영미씨(가명)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수기입니다.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다시 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의 힘든 과정은 겪고 싶지 않다. 수술은 상황에 따라 받아야 할수도 있겠지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는 원치 않는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심리적인 고통도 컸다. 인생의 톱니바퀴에서 튕겨져 나와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은 참 견디기 힘들었다. 항암 4차 이후에는 심한 우울증까지 왔다.

내게 웃음과 긍정하는 마음을 준 웃음보따리.

암 치료를 받으며, 유명한 스님들의 책을 읽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 같은 것을 내려 놓으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이 집 근처에 와서 함께 점심을 먹어주고, 환우회 에델바이스 회원들과 가볍게 산행을 한 뒤 수다를 떨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우울할 땐 결국 사람이 답이더라.

내겐 쉽지 않은 성격 탓에 갈등이 좀 있었던 남편도 암 진단 이후에는 내 편이 되어 주었다. 본인 성격에 대해 반성하면서 사과도 했다. 집안 일도 솔선수범해서 도와주고 가족에게도 친절해지고,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해주고 있다.

암 치유의 멘토 홍헌표 이장님

웃음보따리 홍헌표 이장님은 책 ‘나는 암이 고맙다’로 내게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의 멘토였다. 수술 후 몇 년 지났을 때 난소에 물혹이 발견돼 수술 여부를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이장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 수술을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왕쑥뜸으로 체온을 높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크게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없었는데, 이장님 덕분에 웃음보따리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일상 생활로 복귀한 이후에는 병원의 도움이 거의 없었다. 표준 치료 위주의 병원 시스템 탓에 기대할 것도 많지 않다. 결국은 내 면역력을 높여야 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에,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암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내 몸을 바로 세우고 좀더 섬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무조건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심사숙고해봐야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의료진은 “큰 일 날 소리”라고 말하겠지만,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무조건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는 의문이 든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우리 몸의 암세포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어느 정도 치료 효과는 있겠지만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면 ‘무조건’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가족이 암 진단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병원 치료는 상황에 맞게 해야겠지만, 결국 생활 관리 아닐까? 식이요법, 운동, 마음 챙김, 숙면 등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내가 잘 관리해줄 것이다. 사실 병원 치료 후 체계적인 암 관리가 필요해도 제대로 못하는 환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꾸준히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냥 병원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건강, 암, 자기 몸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확신이 안 생기고, 자연스럽게 식이요법이 엄격한 생활 관리를 지속하기 어렵다. 직장 생활 등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직장 동료, 가족, 친지들의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이요법, 명상, 웃음 등 면역력을 높이는 일을 꾸준히 못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어느 정도의 공부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지혜,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다.

'암' 하면 떠오르는 단어? 죽음 아닌 행복한 삶

암 하면 떠오르는 단어? 내가 예전에는 ‘죽음’이었다. 지금은 또 하나 있다. ‘새로운 삶’이다. 나는 암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남들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암 이전과 이후를 굳이 나눠서 생각해보라고 하면, 나는 암 이후가 더 행복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암에 걸린 원인은 내 안에 있었다. 암 진단 이전에 나는 직장에서 가장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서에서 4년째 일을 하고 있었다. 매일 최선을 다해야 하는 업무를 초긴장 상태에서 계속 하다 보니 몸을 혹사 시켰다. 성격 차이가 큰 남편은 일에 몰입하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집에서도 내 역할을 완벽하게 해야 했다. 갈수록 남편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자존심 세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내 성격이 가장 큰 암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지난 7년은 그런 내 성격을 긍정적인 모드로 바꾸고, 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바꿔가는 과정이었다. 암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암이 고맙다. 홍헌표 이장님이 쓰신 책 제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