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외에 치매ㆍ파킨슨에도 효과?...위고비, 어떤 약이기에?

2024-09-30     이보람 기자

'꿈의 비만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가 비만 말고도 수면무호흡증과 치매, 파킨슨병, 난임,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지방간, 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소개했다.

위고비, 젭바운드가 어떤 작용을 하기에 이렇게 다양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걸까?

‘꿈의 비만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가 비만 말고도 수면무호흡증과 치매, 파킨슨병, 난임,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지방간, 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소개했다.

두 약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의 비만 치료제로,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같은 작용한다. GLP-1 호르몬은 췌장을 자극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되게 한다. 소화 속도를 늦춰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GLP-1 호르몬은 뇌에서도 생성돼 식욕과 기분 조절, 보상 등에 관여한다.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는 GLP-1 호르몬처럼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유발한다. GLP-1 호르몬이 체내에서 몇 분만에 사라지는 것과 달리 GLP-1 유사체 비만약은 몸속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며 뇌와 장에 작용한다.
과학자들은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가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것과 비슷한 기전으로 뇌에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캐롤리나 스키비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GLP-1 유사체 비만약이 뇌와 말초신경계 모두에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체중 감량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다른 질환들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이나 수면 무호흡증, 다낭성난소증후군처럼 비만과 관련된 질환은 특히 치료 효과가 좋다. 이들 질환자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GLP-1 유사체 비만약의 항염증 효과에도 주목한다. 염증을 줄여 만성콩팥병, 지방간, 파킨슨병, 치매 등에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GLP-1 유사체 비만약은 심장과 신장, 간 등 여러 장기에서 염증 반응을 줄인다. 이들 장기에는 GLP-1 수용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역시 GLP-1 유사체 비만약이 뇌에 작용하면서 면역세포를 통해 항염증 효과까지 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동물실험에서 뇌의 GLP-1 수용체를 차단하면 항염증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매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과 운동능력을 잃는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질환들은 GLP-1 유사체 비만약이 뇌의 염증을 줄여주면서 증상을 줄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현재 GLP-1 유사체 비만약을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GLP-1 유사체 비만약은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현상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데, 앨리슨 샤피로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GLP-1 유사체 비만약은 배고픔과 체온, 심박수 뿐 아니라 미각, 보상 등에도 관여하는 시상하부와 후뇌에 작용할 것”이라며 “이 덕분에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증상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