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오래 쓰면 뇌종양 위험 높다?...국제연구 결과는 "아니다"
침대 옆에 휴대전화를 두고 자거나,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전자파 때문에 뇌종양에 걸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에 실린 국제 연구에서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 발생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호주와 독일,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1994~2022년에 발표된 논문 63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휴대전화는 노트북이나 라디오, TV, 기지국 등과 마찬가지로 무선 주파수 전자기파, 즉 전파를 방출한다. 특히 휴대전화는 머리 가까이에 대고 사용하기 때문에 뇌종양이나 머리와 가까운 얼굴 부위에 생기는 두경부암이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앞서 2011년 휴대전화 사용을 발암가능물질(2B군, 잠재적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을 때)로 분류했다. 발암가능물질은 암 유발 물질 5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국제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사용량과 빈도, 기간이 뇌종양과 두경부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수십 년간 휴대전화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었음에도 뇌종양 발생률이 그에 비례해 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통화 시간이 길거나 통화 빈도가 잦거나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논문 교신 저자인 호주 방사능보호원자력안전청의 켄 카리피디스 부국장은 “휴대전화 사용이 급증했음에도 뇌종양 발생률은 비슷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 간 관계를 밝히는 가장 종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암 역학 교수이자 공동 저자인 마크 엘 우드는 "연구 중 어느 것에서도 뇌종양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TV, 아기 모니터(아기 관찰 카메라) 등에서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RF)의 영향을 평가한 결과, 어떤 경우도 뇌종양 발생률 증가를 보여주는 결과는 없었다.
카리피디스 부국장 연구팀은 2019년에도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 간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J’에 냈다. 당시 연구진은 1982~2013년 동안 뇌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 1만682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량을 비교 분석했다.
그 연구에서 휴대전화 사용시 전자파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위인 측두엽의 암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