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ㆍ외로움을 극복하는 힘 '고독력'

■ 장정희의 '마음치유 일기'

2024-05-06     장정희 기자

노르웨이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동화 <안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글이 없고 그림만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읽는 사람들이 각자 내용을 추론해보는 열린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이 그림들을 보면 누구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저라면 이런 이야기를 채워넣을 겁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동화책 '안녕'의 표지. 이 책은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소녀의 가족은 정든 곳을 떠나 멀리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소녀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반 친구들이 좀 멀리하고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게 낯설기만 한데 같이 놀 친구마저 없는 소녀는 늘 풀이 죽은 채 창가에 앉아 먼 섬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섬에서 반짝거리며 활발히 움직이는 빛을 발견했습니다. 소녀는 부모님을 졸라 섬에 가보자고 했지요. 부모님과 함께 섬에 도착한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섬엔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여러 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녀는 황홀했습니다.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소녀는 그 중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토끼를 데리고 학교에 가자 소녀 옆으로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토끼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어쨌든 하루 아침에 왕따소녀는 인기쟁이가 됐습니다. 소녀는 토끼만 데려간다면 학교 생활이 즐겁습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동화책 '안녕'의 내용. 이 책은 글이 없고 그림으로만 구성돼 있어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러던 어느 깊은 밤, 소녀는 토끼가 창문에 앉아 자기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먼 섬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녀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습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소녀는 토끼를 다시 섬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토끼를 데려오지 않는 소녀 곁에 더이상 많은 친구들은 없지만 소녀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바라보이는 섬에 반짝이는 토끼가 있고 이젠 달라진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 소녀는 이제 혼자 지낼 힘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독력'입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힘 즉, 자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거지요.

생각해보면 '외로움', '고독감'은 그저 관념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으니 그저 생각 속에 존재하는 감정일 뿐입니다.

그 '외로움'이라는 느낌을 선택하는 것은 부정적 결과로 연결되는 문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고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닐까요? 사람은 어차피 혼자인데 혼자 있을 수 없는 게 문제이지요.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홀로 인생을 즐기는 힘은 고독을 극복하는 '고독력'이 됩니다. 고독력을 키우는 것은 내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심리적 코어(core)근육을 세우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