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약 비리어드ㆍ베믈리디, 심혈관질환 위험 차이 없다

2024-01-14     홍헌표 기자

간암, 간경변 등 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암이나 간경변이 생기지 않도록 항 바이러스제를 복용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간질환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항바이러스제 중에서 대표적인 약을 꼽는다면 비리어드(TDF,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프마르산염)와 베믈리디(TAF,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헤피푸마르산염)는 유효성분은 똑같지만 구조가 분자구조가 다르다.

그런데 일부 B형간염 환자 사이에서는 베믈리디를 오래 복용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높아 비리어드만 처방받아 먹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같은 걱정을 불식시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베믈리디와 비리어드 모두 심혈관 질환과 같은 부작용 발생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항바이러스제인 비리어드와 베믈리디는 심혈관 질환 위험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길리어드 제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홍혜연 전문의 팀은 만성 B형간염 환자 4124명을 대상으로 비리어드와 베믈리디 처방에 따른 심혈관질환 누적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리어드를 복용한 환자의 심혈관 질환 5년 누적 발생률은 1.2%, 베믈리디를 복용한 환자의 심혈관 질환 5년 누적 발생률은 0.7%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골다공증 및 신장 기능 저하를 줄인 항바이러스제로, 비리어드의 10% 용량으로 같은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리어드는 총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 모든 지질 지표를 감소시키는 반면, 베믈리디는 지질 지표를 감소시키지 않아 심혈관질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장기간 복용했을 때 불안정 협심증,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발생에 두 약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만성 B형간염으로 치료받은 환자 4124명을 비리어드 복용 환자(3186명)과 베믈리디 복용 환자(938명) 그룹으로 나눠 심혈관 질환 누적 발생률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관찰 기간인 1만5527인년(1명의 1년 관찰을 1인년으로 산정) 동안 심혈관 질환 발생은 비리어드 복용 환자에서 37건, 베믈리디 복용 환자에서 5건이 발생했다. 누적 발생률은 비리어드 복용 그룹은 1년, 3년, 5년 시점에서 0.4%, 0.8%, 1.2%였으며 베믈리디 복용 그룹은 0.2%, 0.7%, 0.7%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두 집단에서 차이가 나는 기저질환 특성을 보정한 성향점수 매칭 분석 방법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총 콜레스테롤 대비 HDL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종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리어드, 베믈리 복용이 심혈관 질환의 누적 발생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화기내과 분야 학회지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