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전후 키트루다 쓰니 큰 효과

사망 위험 81% 낮춰...안진희 교수, ESMO Asia 2023에서 발표

2023-12-08     홍헌표 기자

조기(2~3기)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면역항암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연구에서 한국인의 치료 성적이 특히 뛰어나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환자 사망 위험이 81%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안진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3)에서 발표한 '키노트(KEYNOTE)-522' 결과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전후에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매우 높다는 한국인 대상의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HER2(사람 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 2형),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용체 3가지가 모두 없는 유방암이다. 3가지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아 암을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안 듣기 때문에 표준치료는 독성이 강한 화학항암치료 위주로 이뤄졌다. 암이 공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뇌 전이도 잘 된다.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고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하다. 재발률이 높고 발병 연령이 젊은 편이다.

KEYNOTE-522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썼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다. 치료는 3단계로 진행된다. 수술 전 키트루다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인다. 수술을 한 뒤 잔존하는 미세한 암을 제거하기 위해 키트루다를 투여한다.
KEYNOTE-522에 참여한 환자는 1174명이었다. 아시아 환자가 216명이었고, 그 중 한국인이 86명으로 가장 많았다.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삼중음성유방암은 HER2(사람 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 2형),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용체 3가지가 모두 없는 유방암으로 치료가 어렵다./게티이미지뱅크

KEYNOTE-522 결과, 한국 환자의 키트루다 투약 그룹에서 수술 후 잔존 암이 보이지 않는 pCR(병리학적 완전관해) 비율은 68%로 위약 그룹보다 21%나 높았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의 차이(13.6%p)보다 훨씬 컸다. pCR은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다.

재발이나 사망 등이 발생하지 않는 EFS(무사건 생존율)도 한국 환자의 투약 그룹, 위약 그룹 간 차이가 23%였다. 전 세계인 대상 연구의 차이(7.7%)보다 훨씬 컸다. 한국 환자 데이터에서 키트루다 투약 그룹의 사망 위험은 위약 그룹보다 81% 낮았다. 이 수치 역시 글로벌 데이터의 수치인 37%를 압도한다.
KEYNOTE-522에 적용한 치료법은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치료를 받으려면 1년에 약 80000만원이 드는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