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 실패한 악성 흑색종, 레고라페닙이 효과"

2023-11-27     홍헌표 기자

외과 수술과 항암치료 등 1차 치료에 실패한 악성 흑색종 환자에 사용되는 약제의 효과가 확인됐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멜라닌을 만드는 세포에 발생하는 암이다. 1차 치료는 종양과 그 근처를 도려내는 외과 수술이나 항암제 등 약물로 한다. 악성 흑색종을 앓는 아시아인 5명 중 1명은 c-KIT 돌연변이에 양성 반응을 보이지만, 피부암 연구가 많이 진행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매우 드문 돌연변이로 표준치료가 없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규현‧정민규‧신상준 교수 연구팀은 수술로 치료하지 못한 ‘c-KIT(씨키트) 돌연변이 흑색종’ 환자가 레고라페닙(제품명 스티바가)으로 호전된 비율이 73.9%였다고 2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 IF 8.4) 최신 호에 게재됐다.

수술, 항암치료 등 표준치료가 듣지 않는 악성 흑색종에 레고라페닙이 효과를 보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2014년부터 약 8년간 연세암병원을 비롯한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c-KIT 돌연변이 흑색종’ 환자 중 항암 치료 등을 받고도 질병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레고라페닙 투약 후 결과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투약 8주 차와 연구 마무리 시점(중앙값 15.2개월)으로 나눠 각각 분석했다. 투약 8주 차에 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완전반응은 2명(8.7%),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부분반응은 5명(21.7%)이었다. 질환이 호전되는 비율인 질병조절률은 73.9%로 나타났다. 연구 기획 단계에서 사전에 예상한 정도보다 더 많이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객관적 반응률)은 30.4%로 확인됐다.
연구 마무리 시점에서 질환 악화 없이 생존한 무진행생존기간은 평균 7.1개월, 전체 생존 기간은 21.5개월로 확인됐다. ‘c-KIT 돌연변이 흑색종’에 사용하는 기존 치료제인 이마티닙, 닐로티닙과 각각 비교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은 최대 2.5배 이상(각각 2.8~3.7개월, 3.3~6.0개월)이었다. 전체 생존 기간도 이마티닙(10.7~14.0개월), 닐로티닙(11.9~18.0개월)보다 레고라페닙(21.5개월)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