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맘먹고 날카롭게 인식하되, 유연한 태도를~

■이찬의 '테라피 타이치'

2023-09-01     최윤호 기자

세상에는 많은 운동이 있다. 태극권도 그중 하나인데, 모든 운동은 더 건강해지고,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태극권 같은 무술을 수련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래 잘 살기 위한 도인양생의 건강운동으로 수련하고, 가끔은 도가에서 호신을 위해 수련한 옛 전통을 살려 호신술로서 수련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 둘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깊은 호흡과 유려한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힘이 축적되면 안으로 갈무리된 깊은 기운을 밖으로 잘 분출시킬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훌륭한 호신의 길이 된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를 담은 요결 중 심요독 안요첨 수용공 신요종(心要毒 眼要尖 手容恭 身要鐘)’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태극권을 수련하는 자세이면서 동시에 강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밀이요, 인생에 있어서 어려운 문제들과 마주섰을 때 그것을 해결해 가는 방법이다. 그뜻을 현대에 맞게 풀어본다.

호신술을 연마할 때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날카로운 안목을 키워야 한다. / 이찬태극권도관

싸움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독해야 한다

심요독(心要毒)은 무술로서의 태극권에서 중요한 결구다. 싸움을 하고자 한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 사람을 치고박는 싸움에 임하려면 독하게 먹어야 하고, 강력한 의지와 결기가 없다면 싸움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실력을 얻기 위한 수련의 과정에서도 이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독하게 마음먹고 임하지 않으면서 고수가 될 수 있는 영역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면 반드시 심요독을 기억하라.

안요첨(眼要尖)은 눈이 날카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보는 눈, 즉 시야다. 주변의 상황과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싸움을 할 수 있고, 상황을 지배할 수 있다. 구기종목을 이야기할 때 동체시력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작은 공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어떤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공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주먹, 발길질, 더 나아가 미세한 몸통의 움직임을ehr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어떤 상대와 마주해도 이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상황을 예리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판단력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태극권의 안정감 있는 자세와 유연한 움직임은 몸과 마음을 다듬어주는 도인양생의 길이다. / 이찬태극권도관

안정감 있고 여유로운 몸과 몸짓

수용공(手容恭)은 공손한 손의 모양이다. 태극권에서는 손을 포함한 상체의 힘을 빼는 것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수련하는데, 부드럽고 여유로우면서 느긋한 자세는 상대의 경계를 흐리게 할 뿐 아니라, 나의 힘을 폭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도약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 맹수의 모양처럼, 공손하고 편안해 보이는 손의 모습이 무술을 배우거나, 싸움에 임하는 사람에게 아주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도 매사에 곤두서 있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어지지 않는 법, 세상 속에서 어우러져 성과를 내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신요종(身要鐘)이라함은 태산 같이, 큰 종 같이 안정감 있는 몸의 형태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몸 자체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자세를 종같이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안정감 있고, 아래로 무게중심이 가라앉아 있어, 땅과 일체가 되어 지력 즉 땅의 힘을 나의 힘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면, 천인합일의 경지 아니겠는가. 수련을 할 때 자세를 가라앉히고 호흡을 깊게 하면서 발바닥을 땅 속으로 가라앉히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신요종의 자세를 얻기 위한 것. 그것을 통해 상체의 끝까지 내 몸속에 축적된 기운과 자연의 기운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