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몇이든, 몸상태가 어떻든, 열정이 내 삶을 결정한다

■ 이찬의 '테라피 타이치'

2023-04-30     정리= 최윤호 기자

봄이 왔다.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몇해만의 봄이다. 이제 다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약동하는 계절처럼 우리몸을 되살려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그렇게 생동감있게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태극권도관을 찾는 사람도 예전처럼 늘어나려면 멀었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다. 춘래불사춘.

이찬태극권도관을 찾아 독일에서 온 중년의 교포여성이 나와 사범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찬태극권도관

독일에서 찾아온 태극권 수련생

그런데 며칠전 놀라운 손님을 맞았다. 서초동의 우리 태극권도관으로 중년의 여성이 한명 찾아왔다. 독일에서 태극권을 독일 사람에게 배우고 있는데, 뭔가 부족한 듯해 유튜브를 통해 나의 동영상 '이찬태극권TV(Lee Chan Taichi TV)'를 보면서 따로 공부하고 복습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잠깐 머물러 아들과 함께 왔다는 이 교포여성은 어린 시절 독일에 유학 갔다가 독일에 살고싶어 눌러앉았고,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생활체육으로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건강을 다져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은 모습으로 액티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방문 동안 반드시 나에게 지도를 받고 오겠노라고 주변에 이야기도 했고, 그 실천을 위해 도관 가까운 압구정동에 숙소를 잡을 만큼 진지하게 준비하고 왔다. 그리고 용기를 내 혼자 도관을 찾아왔고, 나와 함께 며칠동안 수련을 하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 분의 열정을 외면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는 생각이다. 

산과 들에 신록이 푸르다. 고목 같아 보이는 나무에도 새잎이 나, 고목을 휘감은 덩쿨과 생명력을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그 생명력을 우리도 봄을 맞아 지녀야 하지 않을까. / 캔서앤서DB

열정이 자신의 참모습이다

이 교포여성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인생의 가치는 나이나 그 어떤 것도 아니고 열정의 무게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분의 삶을 역동적이고 행복하게 만든 것은 공부하겠다는 열정, 마음에 드는 곳에 살겠다는 결단, 그리고 하고 싶은 운동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재밌게 하겠다는 열정이라 믿는다. 

내가 그동안 열정적으로 만들어온 태극권 동영상들도 그렇다. 어찌 보면 쓸데없는 일 같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질없는 짓 한다고 타박도 하지만, 해외에서 수련을 위한 동반자로 나의 동영상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한국의 나를 찾아와 지금 함께 운동하고 있다는 것은, 그분의 열정과 함께 나의 태극권 동영상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진지한 구독자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데, 나의 창조물을 사용했다면, 그것은 크나큰 영광이다. 

그래서, 이 봄,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삶은 열정의 무대라고. 어떤 일을 하든지, 무엇을 희망하든지, 열정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면 충분히 행복하고 충분히 청춘이다. 생동하는 자연의 생명력이 넘쳐나는 봄이다.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나는 지금 내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고 돋아난 새 잎처럼, 신선한 삶이 내게도 가능하다. 몸이 아프고, 마음에 상처가 있고, 나이를 먹었더라도, 열정이 바로 나 자신의 참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