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원하는 최고의 영양제는 '물'

자연치유력을 높여라 (8) 물 마시기

2020-04-29     이보람 기자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라는 말이 있다. 정기(면역력)가 강하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무리 강해도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첫번째로 꼽는 면역력(정기) 증진 방법은 충분한 물 섭취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에 따라 몸이 살찌거나 마른 것과, 수명의 길고 짧음은 마시는 물에 그 원인이 있다'고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몸이 원하는 최고의 영양제는 물이다. 물은 몸속 조직과 세포에 수분을 공급해서 세포 저항력을 높인다. /게티이미지 뱅크.

우리 몸은 55~75%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뇌와 근육은 약 75%가 물이며, 간은 69%, 콩팥은 74%, 혈액은 94%가 물이다. 뼈도 22%는 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체내 수분의 손실이 10% 이상이면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다. 특히 뇌는 85%가 물로 돼 있다. 그래서 물을 많이 소모하는데, 1%만 부족해도 뇌 기능이 떨어진다.

◇물, 우리 몸 구성하는 주요 물질

물이 입과 목,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몸에 들어가면 혈관을 타고 온 몸에 퍼져 모든 조직과 세포에 수분을 공급한다. 우리가 마신 물은 1분이면 혈액에 도달하고, 20분이 지나면 뇌를 포함해 신체 조직에 전달된다. 물은 혈액을 깨끗이 정화하고 새로운 혈액을 생성한다. 물은 모든 장기에 수분을 공급한 뒤 노폐물과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 등도 눈물이나 콧물, 가래 같은 체액에 흡착돼 밖으로 나간다. 또한 혈액의 점도를 유지하여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며,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조절하고, 음식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기능을 한다.

물은 면역작용을 하는 림프구를 만들어 세균같은 이물질을 제거해 신체를 방어하는 림프관과 림프절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다. 전문가들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만으로도 세포 저항력이 높아지고,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 물 섭취 부족…수분 부족 대장암 발병 높여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을 적게 마신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은 2L이다. 하지만 국내 성인 남성의 하루 물 섭취량은 1L이고, 여성은 860mL로 권장량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을 적게 먹으면,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혈전이 생겨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엔 암 발병과 물 섭취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의 위험이 45% 감소했다는 것. 물을 충분히 마시면 대변이 대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돕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물 섭취가 부족하면 방광암 위험이 증가한다. 이뿐만 아니라, 체내 수분 부족은 신장결석 위험을 높이고 비만과 당뇨병,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

◇커피나 녹차는 오히려 몸속 수분 빼앗아

물은 어떻게, 얼마나 마셔야 할까. 성인이 하루 필요한 수분양은 3L이다. 먹는 음식을 통해 1~1.5L의 수분이 채워지기 때문에 나머지 1.5~2L는 물을 마셔서 보충한다. 동의보감에는 몸에 좋은 물에 대해 미지근한 온도에서 체온 이하의 온도가 좋고 너무 뜨겁거나 찬물은 좋지 않다고 쓰여 있다. 특히 찬물을 마시면, 혈액이 위(胃)를 따뜻하게 하려고 몰리기 때문에 다른 장기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약간 시원한 정도의 물이 체내 흡수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다.

물 이외에 커피나 녹차 같은 음료수는 체내 수분을 채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커피와 녹차 속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체내 수분을 밖으로 내보낸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몸속에서 1.5~2잔 분량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 보단 틈틈히 자주 마시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