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환자 항암치료, 오후 시간에 하라"

국내 연구 결과 "오후 항암치료가 오전보다 생존율 높아"

2022-12-15     이보람 기자

여성 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시간에 따라 효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오전보다 오후가 효과가 좋다는 것.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팀 등 연구진은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시간에 따른 예후 분석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에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 치료를 진행 중인 환자들이 오전 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중 시간을 선택해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측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약 3주 간격으로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결합한 암 치료(R-CHOP)를 4~6회 받았다.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기초과학연구원(IBS)

관측 결과, 남성 환자의 경우 시간에 따른 치료 효율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여성 환자는 오후 치료를 주로 받을 시 60개월 이후 사망률이 12.5배 감소하고 무진행 생존 기간이 2.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전 치료를 주로 받은 여성 환자들에게서 백혈구 감소증과 같은 항암치료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수집된 1만4000여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 여성은 백혈구 수가 오전에 감소하고 오후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가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되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남성은 하루 중 백혈구 수 및 골수세포 확산 속도 변화가 크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치료 효과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생리학적 현상은 뇌에 위치한 생체 시계(Circadian clock)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의 효능과 부작용이 생체 시계로 인해 투약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이에 약리효과가 가장 좋은 특정 시간을 밝혀내는 ‘시간항암요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12월 13일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 인사이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