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의료 상담, 임종 앞둔 암환자 항생제 사용 크게 줄인다

2022-12-14     홍헌표 기자

완화의료 상담만 이뤄져도 암 환자의 임종기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이대서울병원 김정한 교수가 함께 한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병원 입원 중 사망한 암 환자 1143명을 대상으로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사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임종 3일 이내 암환자 중에서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그룹과 상담을 받지 않은 그룹의 항생제 투여비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울대병원 제공

임종기 암 환자는 암 자체 혹은 암 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감염증 발생 위험이 높고 항생제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종기 암 환자에게 항생제 사용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유신혜·김정한 교수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기 암환자의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사전에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468명(40.9%)과 받지 않은 675명(59.1%)의 성향점수 가중분석을 통해 두 집단의 특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과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여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완화의료 상담은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투병 과정에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에 의해 이뤄진다.

1143명의 사망 암 환자 중 임종 3일 이내 항생제를 투여받은 비율은 약 82.2%(940명)였다. 완화의료 상담군에서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비율은 73.5%로, 비상담군 88.3%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뿐만 아니라 임종 당일까지 항생제를 투여한 비율도 상담군에서 50.4%, 비상담군에서 67.4%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항생제 종류별 분석 결과에서 그람 음성(gram-negative)균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인 ‘카바페넴’의 사용은 완화의료 상담군 22.4%, 비상담군 42.4%였으며, 그람 양성(gram-positive)균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인 ‘글리코펩타이드’의 사용은 완화의료 상담군 11.1%, 비상담군 23.3%로 항생제 사용이 절반 가량 줄었다.

나이, 성별, 발열 여부, 배양검사 결과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 분석했을 때에도 완화의료 상담군은 비상담군에 비해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비율이 54% 낮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시기의 암 환자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는 “진행기 암 환자에서 항생제 사용은 의학적 적응증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고, 환자 가족의 치료 목표·가치·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항생제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데 완화의료 상담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균제 분야 국제 학술지인 ‘항균화학요법 저널(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