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가 없어요" 길병원, 입원진료 잠정 중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아과의사가 심각하게 부족하고 곧 아이들이 희생될 것이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대형병원에서 어린이의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인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해당과 입원 진료를 12일 잠정 중단했다. 길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이 잠정적으로 중단된다"고 알렸다.
길병원은 최근 몇 년 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가오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 과정에서 4명 정원인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1명도 없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소아청소년과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된다.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길병원은 내년 3월 무렵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면 입원 환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 진료는 불가능하고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 운영만 유지될 예정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공의 모집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력부족으로 입원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급 어려움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해 큰 폭으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진 공급이 타 지역보다 비교적 풍부한 서울 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이 대부분 정원 미달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낮은 수가와 맘카페 등 지나친 간섭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인터뷰에서 "과거엔 비급여 예방접종이라도 있었는데,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이 되었고, 그나마 비용이 깎여왔으니 수입원이랄 것이 거의 없다"면서 "애들은 적게 낳지만 미숙아도 많아 진료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데, 개원의조차 망해나가는 현실에서 누가 소아과 전공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환자 100명에게 잘해줘도 한명의 보호자가 마음에 안 맞으면 맘카페에 '세상에 없는 나쁜놈'이라고 매도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의사에 대한 매도와 형사처벌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