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부종ㆍ통증, 온콜로지 에스테틱으로 완화 가능"
암환자 삶의 질 위해 여성암건강관리예방협회 만든 하양선 이사장
유방암 환자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특히 탁센 계열의 항암제(도세탁셀, 파클리탁셀) 치료를 받는 환자는 백혈구 감소, 오심, 위장 관계 부작용 외에 관절통, 근육통, 부종, 흉수 등으로 인한 삶의 질 하락을 겪는다.
“유방암 환자 심신 고통 완화에 도움 주겠다”
유방암 환자의 심신 고통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인생 후반전 삶의 목표로 삼은 분이 있다. 사단법인 여성암건강관리예방협회 하양선 이사장(통합의학 박사, 온콜로지 에스테틱 코리아 대표)이다. 하양선 이사장은 유럽 최고급 화장품을 수입, 유통하는 회사를 39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프랑스 에센셜 오일 ‘피네쌍스’, 암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의 피부 건강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 제품 '오잘리스', 심신치유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마르지아클리닉'의 코스메틱 제품을 보면 하양선 이사장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 이사장은 ‘온콜로지 에스테틱(Oncology Aestethic) 코리아’ 대표이기도 한데, 온콜로지 에스테틱은 암환자 맞춤형 심신관리 프로그램이다. ‘온콜로지 에스테틱’은 2007년 캐나다의 모리크 커린이 만든 프로그램인데, 우리 말로 직역하면 ‘암환자를 위한 피부 관리’다. 피부 관리, 마사지, 스파, 아로마 테라피를 통합해 암환자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목적이다.
하 이사장은 온콜로지 에스테틱을 배우기 위해 2015년 캐나다에서 온콜로지 에스테틱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온콜로지 에스테틱 협회 이사, 온콜로지 에스테틱 동북아시아 총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위암 말기 시아버지, 아로마 마사지로 부작용 관리
하 이사장이 암환자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시아버지의 암 투병이었다. 위암 말기로 여명 6개월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는 암성 통증과 부종 등 말기암 환자들의 심신 고통을 겪었는데, 하 이사장은 아로마를 이용한 림프 마사지를 수시로 해드렸다고 한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암 환자가 있는 집 같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아버님은 비교적 편안하게 지내시다가 돌아가셨어요.”
하 이사장이 차의과학대학에서 쓴 박사 논문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 프로그램이 탁센 계열 항암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의 하지부종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2022년 8월)은 그 때 시도했던 림프 마사지가 단초가 됐다. 하 이사장이 기존의 테크닉을 발전시킨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는 암환자를 위한 보완대체요법 중 하나인 ‘아로마(향기) 테라피’와 ‘림프 이론’을 결합한 개념으로, 트리사지는 ‘트리트먼트(treatment, 처치)’와 ‘마사지’의 합성어다.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의 유방암 환자 부종 완화 효과’로 박사 논문
하 이사장은 60세에 차의과학대학 통합의학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온콜로지 에스테틱 센터를 만들자 암 치료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찾아오는 암환자가 많아졌어요.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암이 뭔지, 암환자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했죠. 내가 실수해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에게 실수를 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하고 뒤늦게 대학원에 간거예요.”
하 이사장은 2019년 3월 고려대안암병원과 함께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석사논문을 쓴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박사논문을 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탁센계열 항암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중 하지부종이 있는 37명이 대상이었다. 하 이사장은 최근 같은 주제로 유럽통합의학저널(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SCI급 논문도 게재했다. 박사 논문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Aroma Lymphatic Tressage)’ 프로그램은 아로마 테라피와 림프 마사지를 결합한 것이다. 암환자의 심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 림프 마사지를 하는 것인데, 마사지 기법이 매우 중요하다.
림프의 흐름에 따라 압력을 달리 하고,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는 게 다른 림프 마사지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마사지할 때 압력은 1~5단계로 나눴을 때, 치료 중인 환자에게는 1~2단계를, 부종이 딱딱할 때는 3단계를 사용한다. 또 피부가 약하고 건조한 경우 강한 부드러운 자극을 통해 근막을 이완시켜야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항암치료로 인한 환자의 부종과 통증이 완화되고, 불안, 초조감으로 인한 불면증과 우울증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이사장은 “림프 마사지가 좋다고 해서 림프의 흐름, 피부의 특징, 암환자의 상태 등을 감안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강하게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특히 면역과 몸 상태가 나쁜 암환자가 대상이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종이 있을 때는 너무 강한 압력으로 마사지를 하면 안 되고 나비가 꽃에 앉는 것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방암 수술을 할 때 림프 노드를 절제한 경우, 탁센계열 항암제로 인한 림프부종과 통증이 있는 경우 그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온콜로지 에스테틱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하 이사장은 요즘 온콜로지 에스테틱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암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온콜로지 에스테틱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는 림프 마사지를 하면 안 되잖아요.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지요.”
하 이사장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 등 전문적인 스킬 뿐 아니라 암의 특성과 우리 몸의 면역체계, 림프계, 건강에 좋은 아로마 오일, 암 환우가 피해야 할 화장품 성분 등을 배우는 이론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하 이사장은 “암환자의 삶의 질 관리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온콜로지 에스테틱이 필요한데, 전문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은 250명 정도인데, 암요양병원, 암센터, 항노화센터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40명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온콜로지 에스테틱은 보험(건강보험, 실손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고객이 많지 않으니 교육비를 내고 이를 배우려는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것도 하 이사장의 고민거리다.
암 환자 돕기 위해 여성암건강관리예방협회 설립
하양선 이사장이 의료계 전문가들과 함께 사단법인 여성암건강관리예방협회(여건회)를 설립한 이유 중 하나가 전문인력 양성이다. “온콜로지 에스테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교육비 걱정 없이 전문가 프로그램을 교육받을 기회를 주고 싶어요.” 여건회의 주요 목적은 암환자 셀프 림프마사지 테크닉 교육 및 에스테틱 전문가 양성 교육 외에 △여성암 환자 치료 후 부종 통증 완화에 도움 주기 △ 여성암 관련 연구 △ 항암치료 후 건강 관리, 활동 관리, 이와 관련된 정보 제공 △암요양병원 봉사활동 및 동행 서비스 △암환자 건강관리 세미나 등이 있다.
여건회는 지난 11월 고려대의대에서 ‘유방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림프부종 완화요법’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하 이사장도 ‘셀프 아로마 림파틱 트리사지 테라피’를 발표했다.
하양선 이사장은 39년 된 회사(하양선코스메틱) 운영을 딸에게 맡겼다. 온콜로지 에스테틱과 사단법인 여건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할 일은 많고 당장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은 일인데 왜 그렇게 매달려서 바쁘게 사느냐고 남들이 말합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왜 이러는지. 그런데 뭔가 자꾸 잡아 끄는 것 같아요.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니까, 하나님이 제게 맡기신 일이라고 생각하고 가봐야지요.” 하양선 이사장에게서 따뜻함과 사랑과 전문가의 포스가 함께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