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혈액검사로 50종 암 조기검진... 美, 꿈의 기술, 현실화
혈액검사 한 번으로 50여종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다중 암 조기발견(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 기술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갔기 때문.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2024년부터 4년 동안 2만4000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혈액검사를 진행해 암을 조기 발견하겠다는 실험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러면서 NCI는 임상시험 결과가 유망하다면 규모를 10배 확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중암 조기발견 기술(MCED)은 면역체계가 종양세포를 공격한 후에 파괴된 종양세포의 잔해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환자가 증상이 없더라도 파괴된 종양세포 일부가 혈액 내에서 발견되면, 암에 걸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후 영상 검사에서 암이 확인되면 생체검사(biopsy)도 진행하게 된다.
현재 미국 내 MCED 기술은 갈레리(Galleri) 사가 유일하게 상용화했다. 갈레리 사는 최근 건강한 성인 남녀 6600명을 대상으로 MCED를 진행한 결과, 35명에 대해 암을 조기 발견했다. 특히 그 중 26명은 정기검진으로는 진단되지 않았던 암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4조원(27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MCED 기술에 대한 경고도 있다. 전이 속도가 매우 늦어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급격한 위험을 주지 않는 유형의 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MCED가 시행되는 등 과잉 진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암학회는 "MCED을 통한 유방, 대장, 폐 부위 등의 암 조기 진단이 이뤄진다면 생존율을 5~10배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1기와 2기의 고형암을 발견하게 될 경우, 타겟 면역 치료법이나 CAR-T 치료법과 같은 첨단 항암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 계획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향후 25년 동안 미국의 암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캔서문샷(Cancer Moonshot)’을 발표한 바 있다. 캔서문샷이란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의미인 '문샷'에 빗대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9월 한 연설에서 "혈액검사를 이용한 각종 암 조기 진단법과 앞으로 예정된 임상시험이 미국의 야심찬 암 정복계획 캔서문샷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이 목표를 현실화하는 수단으로 미국 정부는 다중 암 조기발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