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김철민이 먹고 있다는 타그리소와 펜벤다졸은 어떤 약?
지난해 8월 폐암 말기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김철민이 지난 18일 자신의 SNS로 근황을 전했다. 김철민은 "항암제 타그리소와 펜벤다졸을 복용한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면서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은 김철민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암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먹는 개 구충제로, 펜벤다졸의 암치료 효과 및 부작용을 놓고 이슈가 됐다.
그런데 김철민은 6개월째 펜벤다졸을 먹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지난해 12월 공개한 사진에 비해 더 건강해진 모습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가 펜벤다졸과 함께 먹고 있다는 항암제 타그리소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항암제 타그리소와 펜벤다졸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는 폐암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했다. 상피세포 증식 인자인 'EGFR' 저해제로 분류된다. EGFR는 강력한 발암인자로 작용하면서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유발한다.
타그리소는 특정 암 세포와 일부 정상 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EGFR(상피세포 증식 인자)를 표적으로 해서 종양 세포의 성장을 차단한다. 그동안 항암제들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 중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도 사멸시켰는데, 타그리소는 해당 부작용을 줄인 표적치료제이다. 현재 타그리소는 1세대, 혹은 2세대 EGFR-TKI 사용 후 T790M 변이(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확인된 환자나, EGFR-TKI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돼 있다.
타그리소의 항암 효과는 여러 연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연구(AURA3)에서 타그리소는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 10.1개월, 객관적 반응률(ORR) 71%, 반응지속기간 중간값(mDOR) 9.7개월, 질병조절률(DCR) 93% 등을 기록했다. 한국인 466명이 포함된 전 세계 1217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데이터(ASTRIS)에서는 종양 반응률 64%로 나타났다.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펜벤다졸은 동물용 구충제이다. 개, 고양이, 양, 소, 말, 토끼 등의 동물의 위장에 기생하는 원충, 회충, 촌충 등을 박멸할 때 사용되는 약물이다. 펜벤다졸은 포도당 흡수를 억제해서 에너지원인 ATP(세포가 호흡·대사 등 생명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 형성을 억제한다. 즉, 기생충의 에너지원 고갈을 야기해서 몸속 구충에 나서는 기전이다.
펜벤다졸이 이슈가 된 건, 지난해 미국의 한 말기 암환자가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이후다. 펜벤다졸이 암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연구로 밝혀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논문이 대표적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펜벤다졸이 세포의 형태와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의 합성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을 어느 정도 억제한다. 다만 연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펜벤다졸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없는 상태다.
국립암센터가 펜벤다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임상시험 타당성을 검토했지만 세포·동물실험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연구를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에서는 환자들의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