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의 흥행 실패 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은...
■ 김동수의 '횡설수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송강호 주연작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와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박해일, 탕웨이 주연) 두 작품 다 엄청난 명예에도 불구하고 왜 흥행에 참패했을까요?
'브로커'의 경우는 하도 관람 후기들이 나빠서 보길 포기했고, '헤어질 결심'만 관람했는데 작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첫째 원인은 탕웨이의 잘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 구사에 있다고 봅니다. 자막을 입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야 사전에 영어, 불어로 된 각본을 미리 읽어보고 영화 자체에도 외국어 자막이 깔려 있으니 작품의 서사 구조에 몰입할 수 있었겠지만, 한국인인 난 탕웨이의 대사를 거의 못 알아들어서 동행한 지인한테 계속 물어보며 관람을 해야 했는데, 이것이 흥행을 망친 주 요인이라고 봅니다.
항상 연극을 만들 때나 관람을 하고 나서 관계자들이 나한테 의견을 물어봅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일단 대사가 안 들립니다. 그나마 영화나 TV는 녹음용 마이크 시설의 도움을 받지만, 연극은 오로지 배우의 발성과 정확한 딕션에 의해서만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데, 우리 배우들은 '자연스런 연기' 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대사 전달에 다 실패하고 맙니다.
한국 대학의 연극, 영화 전공 수업에도 제대로 된 '화술에 대한 커리큘럼' 이 없으며 제대로 한국말을 가르칠 교수마저 거의 없고, 이에 대한 필요성도 거의 모릅니다. 심지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젠 대학에서 가르치는 화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나도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한테 "대학 연영과는 뭐하러 왔냐? 여기에선 학생들끼리 연출하고 작품도 쓰고 지도교수라야 가끔씩 와서 훈수(?)나 두는 정도인데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다 쪼(調)만 박혀서 결국은 쓸데없는 쪼만 생기는 장애인이 돼 버린다. 현장에서 연출하다 보면 초심자보다 오히려 전공자가 더 문제가 많아서 그걸 교정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연출이 아니라 연기 지도 선생이라니까요. ㅠㅠ 프로건 아마추어간 똑같습니다. 전 '연기 전공 무용론자' 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영화 '브로커'의 경우 일본어로 된 각본을 한국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어체(文語體)로 잘못 번역됐다고 봅니다. 송강호 배우한테 감독이 한국말로 다듬어 달랬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대사들이 잘 안 들려서 관객들이 몰입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말을 모르니 녹음 감독이나 연출부가 어드바이스를 해야 되지만 워낙 감독의 권위가 대단한 데다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본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서 웬만한 대사는 알아듣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연극은 배우의 발성이나 딕션의 문제점을 연출자가 연습 초반부터 계속 체크해서 교정할 시간이라도 있지만, 영화는 현장에서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바로 쫑(終)입니다.
현재 우리 연극계도 대사 전달에 신경 쓰는 연출은 거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저 조명과 영상, 무대 디자인, 의상 등 미장센에만 신경을 쓰기만 할 뿐, 정작 제일 중요한 서사 전달엔 거의 실패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무리 소극장이라 해도 대사 전달이 안되는 배우들이 너무나 많아서 연극 관람이 건강에 해로운(우리 같은 암 환우에겐 더더욱) 스트레스 지수만 왕창 올리면서 ‘시일야 방성대곡(오늘을 크게 목 놓아 우노라)’만 하면서 세월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머지않아 유튜브를 시작할까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