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암 표적치료제... 보조요법 아니라 암 생존율 높이는 치료도 가능"
통합 종양학자 켈리 터너, 암 완치자 공통요소 10가지 중 하나로 운동 꼽아
운동이 암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치료 부작용을 줄이는 보조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가설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미국의 통합종양학 연구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켈리 터너다.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준 책은 ‘Radical Remission(근본적 치유)’로, 터너는 수백명의 암, 난치병 환자와 심층 인터뷰를 하고 의학적으로 검증된 1500건 이상의 근본적 치유 사례를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터너의 근본적 치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3가지다.
1. 기존의 의학적 치료 없이 치유된 경우
2. 기존의 의학적 치료를 시도했지만 치료가 되지 않아 대체요법을 시도한 뒤 치유가 된 경우
3. 기존 의학적 치료와 대체요법을 동시에 병행한 뒤 원래 예상했던 심각한 예후(예를 들어 5년 생존율 25% 미만)보다 오래 살게 된 경우
우리나라에서 ‘암, 그들은 이렇게 치유되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 ‘Radical Hope(근본적 희망)’에서 터너는 근본적 치유를 경험한 사례자들의 공통된 치유 요소 10가지를 꼽았다. 그 중 하나가 운동이다.
그녀는 운동은 암환자의 재발 방지, 기존 치료의 부작용 줄이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의 의미를 넘어 암 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치료법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암치료에 미치는 운동의 효과에 대한 켈리 터너의 주장을 소개한다.
운동이 암환자 삶의 질 개선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항암치료와 운동을 병행한 유방암 환자들이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 그룹에 비해 혈중 염증 지표가 감소했고, 기억력과 집중력 같은 신경 인지 기능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연구가 있다.
운동 덕분에 염증과 '화학 뇌(chemo brain' 증상, 항암 치료 후 흔히 나타나는 기억력,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 기능의 약화)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연구에서 운동은 신체 이미지, 자존감, 수면의 질, 사회적 기능, 성 생활, 피로 및 통증 수준 등 치료 중인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은 다음의 작용들을 포함해 암 환자의 신체에 여러 가지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염증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감소, 면역 세포의 활동 및 세포 수 증가, 림프계의 림프 흐름 증가, 독소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위장관의 기능 향상, 인슐린 및 에스트로겐과 같은 주요 호르몬 수치 감소, 세포 내 산소의 전달 및 활용 개선, 미토콘드리아의 생성 증가, 비만 감소.
이들 요소는 모두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면역력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다.
운동이 암 생존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켈리 터너는 많은 연구 논문을 조사했다. 운동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폐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연구에서는 자전거 타기, 테니스, 조깅이나 수영과 같은 격렬한 활동을 주당 3시간 이상 했을 때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여성이 시속 3~5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1주일에 1시간만 걸어도 신체 활동이 적은 환자에 비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49퍼센트 감소했다.
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여가 시간 동안 신체 활동(테니스, 골프, 자전거 타기, 수영, 정원 가꾸기, 빨리 걷기, 댄스, 에어로빅 또는 조깅)에 참여하는 환자는 그러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31퍼센트나 낮았다.
노르웨이, 호주 의학계의 움직임은 훨씬 더 진보적이다. 운동을 단지 치료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직접적인 암 치료법으로 연구하기 때문이다.
호주의 운동의학연구소(The Exercise Medicine Research Institute)는 암 치료 방법에 운동을 추가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환자들은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후 숙련된 생리학자를 만나 병원에서 바로 맞춤형 운동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에서 16개 센터를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액티브 어겐스트 캔서(AKTIV Against Cancer'에서는 운동을 통합적 암 치료 방법 중 하나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단체 모두 신체 활동을 암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표적 치료제로서 처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액티브 어겐스트 캔서'는 미국의 최고 암센터 중 하나인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선터에 운동 종양학 연구 자금으로 300만달러를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너는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같은 유산소운동 뿐 아니라 근력운동,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림프 트레이닝(림프계를 자극하는 운동)도 암환자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