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자살 유도 '단백질 나노 복합체', 국내 연구진이 개발

울산과학기술원, "특정 암 치료에 효과 있을 것"

2022-07-29     홍헌표 기자

암세포 자살을 유도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김은희·강세병 교수팀이 트레일 단백질(세포 자살 유도 단백질)의 생체 내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단백질 나노 복합체(어피바디 단백질)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국내연구진이 개발했다./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이 개발한 단백질 복합체는 트레일의 작용을 방해하는 ‘EGF수용체 신호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EGF수용체 신호경로는 트레일과 반대로 세포에 생존·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EGF단백질이라는 성장인자가 EGF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이 화학적 신호를 만들어 내는데,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체의 인공단백질 성분은 성장인자를 제치고 수용체와 결합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인공단백질은 EGF수용체와 결합하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트레일 단백질을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암세포에 골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트레일과 어피바디 단백질을 동시에 체내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케이지 모양의 단백질(AaLS) 표면에 이 두 단백질을 고정시키는 방식을 썼다.

이번에 개발된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항암 효과는 피부암 세포주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특히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게 이 단백질 나노 제제를 혈관 주사한 경우, 비교 집단과 달리 암 조직 성장이 크게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트레일 단백질 내성 뿐만 아니라 트레일 단백질 자체의 낮은 암세포 결합친화성, 불안정성 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특정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7월 중순 약물 전달 분야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