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임종하는 중증질환 환자 많다"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 줄이고, 응급실 임종 돌봄의 질 개선 필요"

2022-07-18     이보람 기자

말기암 등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전 돌봄 계획이나 응급실에서의 임종 돌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암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등 중증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unsplash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세종충남대병원 김정선 교수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성인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의료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임종 전 중증 치료 및 편안한 증상 조절 현황과 사전 돌봄 계획으로 나눠 응급실에서의 임종 현황에 대한 통계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임종 전 24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중증치료를 받는 비율은 39.6%였다. 중증 치료는 ▲심폐소생술(27.5%) ▲인공호흡기 치료(36.0%) ▲혈액 투석(0.5%) ▲체외막산소요법(0.5%) 등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중증 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는 혈액검사(92.3%)와 승압제 투여(62.6%)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종 전 24시간 동안 마약성 진통제 등 편안한 증상 조절을 받은 환자는 31.5%에 불과했다.

또 사전 돌봄 계획 논의 여부를 살펴본 결과 응급실 내원 전 21.2%(47명), 내원 후 67.6%(150명)로 사전 돌봄 계획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사망 전 본인의 의사를 밝힌 환자는 27.0%(60명)로 확인됐다.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한 환자들은 미작성 환자에 비해 응급실에서 중증 치료보다는 편안한 증상 조절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면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하지 않고 사망하는 환자의 비율은 2018년 90.2%, 2019년 53.5%, 2020년 27.6%로 해마다 감소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법정 서식 작성 현황을 암환자와 비암환자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도 주목했다.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한 비율은 암환자 72.5%, 비암환자 27.5%였다. 응급실 내원 전 사전 돌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비율도 암환자 28.4%, 비암환자 8.6%로 암환자가 비암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따라서 만성 중증질환자의 경우 이른 시기부터 적극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연계를 통해 응급실보다 질이 좋은 임종 돌봄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임종하도록 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BMC 완화의료학회지(BMC Palliative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