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산소 부족하면 항암제 효과 감소"
스웨덴 연구..."암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줄고 항암제 내성 생긴다"
우리 몸의 대사작용, 운동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세포의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가 있어야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래서 세포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다. 그런데 산소의 과다와 미토콘드리아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대 과학자들이 최근 저(低)산소 환경에서 미토콘드리아 생성이 어떻게 제어되는지를 처음 밝혀냈다.
연구팀은 VHL(von Hippel-Lindau)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의 산소 감지 기능이 고장 난 신장암 세포에 실험했다. 실제 산소 수위와 상관없이, 산소가 부족하다고 세포가 느끼기만 하면 미토콘드리아의 생성은 줄었다. 이렇게 암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면 항암제 내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제적 과학저널 '네이처 물질대사(Nature Metabolism)'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VHL 유전자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걸 차단하는 데 관여한다. VHL 유전자의 암호로 생성되는 단백질(이하 VHL 단백질)은 세포가 산소 수위를 탐지하는 시스템의 한 축을 이룬다.
VHL 단백질은 HIF라는 단백질을 분해한다. 그런데 VHL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HIF 단백질이 과도히 쌓여 'VHL 증후군'이 생긴다. 세포의 산소 농도 감지 기능이 고장 나는 병이다. VHL 증후군 세포는 산소가 풍족해도 부족한 것처럼 반응한다. 그래서 VHL 증후군이 오면 양성이든 악성이든 종양이 생길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특히 VHL 증후군으로 생긴 신장암은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할 만큼 예후가 나쁘다.
카롤린스카 연구팀은 VHL 증후군으로 암이 생긴 환자의 암세포 단백질 구성을, '추바시(Chuvash)'라는 특별한 VHL 돌연변이 환자 그룹과 비교했다. 추바시 VHL 돌연변이가 생기면 저산소 감지에 장애가 오지만, 종양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VHL 신드롬 환자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감소하지만, 추바시 VHL 돌연변이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정상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LONP1'이라는 미토콘드리아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를 넣어 VHL 신장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늘려 봤다. 그랬더니 항암제 소라페닙(sorafenib)에 대한 종양의 내성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수가 증가하면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이 떨어진다는 걸 시사한다.
또 생쥐 모델에 소라페닙과 LONP1을 함께 투여하자 VHL 신장암 종양의 성장이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VHL 신장암뿐 아니라 크롬성 세포종 같은 신경 내분비 종양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이 연구를 계기로 VHL 신장암 치료에 쓸 만큼 LONP1 프로테아제 억제제를 더 정제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