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ㆍ급성질환 진료 수준 '우수'...정신질환은 '미흡'
우리나라 의료의 품질이 암 진료∙ 급성 진료 분야에서는 우수하지만 일차의료와 정신질환 진료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적지만 의사 증가율은 높은 편이었고, 병상수∙장비∙의룡이용은 많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큰 질환은 치매, 자해, 결핵, 간암, 갑상선암, 위암 등이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 구성에서 NECA 역할 확립에 관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PARC(Position Value for Relative Comparison) 지표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황을 의료 질, 보건의료 수요∙공급, 의료접근도, 의료비 측면에서 OECD 국가들과 비교∙진단했다. PARC 지표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1부터 1사이의 값을 가진다. -1에 가까울수록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이 OCED 국가들의 중앙값보다 낮은 것이며, 1에 가까우면 그 반대다.
먼저 암진료에서는 복합 지표가 0.616을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대장암, 직장암, 위암 5년 생존율 지표는 모두 1.000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34개국 중 1위였다. 다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4년 생존율은 -0.103이었다.
급성진료 부분 역시 복합 지표가 0.372로 OECD 중앙값을 상회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수치가 갈렸다. 출혈성∙허혈성 뇌졸중 30일 사망률 지표가 0.732를 기록한 반면, 급성 심근경색 30일 사망률 지표는 -0.121로 중앙값에 미치지 못했다.
의료 질의 경우 전반적인 질(0.160)은 좋은 편이나 일차의료, 정신질환 진료 부분에서는 OECD 중앙값보다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일차의료의 경우, 2019년 기준 입원 관련 복합 지표가 -0.182을 기록했다. 특히 천식 입원율, 당뇨 입원율의 상대적 위치가 각각 -0.579, -0.978로 나쁜 편이었다.
처방 관련 일차의료의 복합 지표는 -0.420으로 입원 관련 일차의료의 질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특히 항생제 처방(-0.762) 측면에서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진료의 경우 복합 지표는 -0.626이었으며 특히 양극장애의 초과사망률(15~74세)은 -1.000으로 관련 자료를 OECD에 제출한 7개국 중 가장 나빴다. 조현병의 초과사망률(15~74세)도 -0.875로 좋지 않았다.
환자경험(0.108) 부분의 경우, 비용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했으나 의사-환자간 관계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용으로 인한 방문 포기율(1.000), 비용으로 인한 약 구입 포기율(1.000) 등은 최상위에 위치했다. 반면, 의사 설명 이해율(-0.629), 의사 진료시 질문 가능률(-0.372), 치료방법 결정 참여율(-0.149), 의사 진료시간 만족율(-0.096) 등은 좋지 않았다.
환자안전의 경우, 종합지표가 0.764로 좋았으며 특히 복부 수술 후 패혈증 지표는 0.835로 매우 우수했다. 하지만 시술 중 이물질 잔존율, 고(슬)관절 지환술 후 폐색전증∙심부정맥 혈전증 등 아직 OECD에 제출하지 못한 항목들이 많았다.
전반적인 의료 질 관련 항목의 PARC 지표 추이를 보면 복합지표는 2011년 0.116에서 2019년 0.160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일차의료의 질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임에도 2011년부터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었으며, 정신질환 진료의 질 수치는 2011년 이후 오르는 듯 하다가 최근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 항목은 복합지표가 0.210으로 국가 단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OECD에 결과를 제출하고 있는 20여개 나라들 중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유방암 검진(0.420), 자궁경부암 검진(0.269)이 OECD 중앙값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장암 건강검진은 -0.058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항목에서는 종합지표가 -0.172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경상의료비 증가율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01~2010년 경상의료비 증가율, 2011~2019년 경상의료비 증가율이 각각 9.1%, 7.1%로 PARC 지표가 0.583, 0.701을 기록해 OECD 중앙값보다 매우 높았다.
연구진은 DALY(장애보정생존연구)와 PARC를 이용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보다 더 많은 부담을 갖는 일반질환, 암종도 확인했다.
그 결과, 일반 질환 중에선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0.499), 자해(-0.424), 결핵(-0.419), 급성간염(-0.290), 간질성 폐 질환(-0.220) 등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높았다. 특히 상위 10개 일반질환 중 치매, 그 밖의 정신질환(-0.203), 조현병(-0.133) 등이 포함돼 정신질환 질병부담이 컸다. 암의 경우에는 간암(-1.000), 갑상선암(-0.884), 위암(-0.771), 담낭∙담도암(-0.378) 등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높은 암종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