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을 참았다" 보복음주, 뇌경색 위험 28% 높인다

2022-06-09     최윤호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그동안 줄어들었던 음주 회식이 늘어나면서 자칫 뇌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unsplash

'보복회식'. 2년여 동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회식을 비롯한 술자리가 크게 줄었다, 최근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회식과 모임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보복회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술을 적게 마시던 이들이 음주량을 늘리는 경우, 뇌경색 발병 위험이 최대 28% 높아진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8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ㆍ정수민 교수 연구팀은 숭실대학교 통계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2009년과 2011년 국가건강검진에 두 차례 모두 참여한 40세 이상 450만명을 대상으로 음주량의 변화에 따른 뇌경색 발생 위험을 분석한 이 연구는 뇌졸중 분야 국제 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최근 실렸다.

보복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 연구가 실린 'Stroke'.

연구팀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국가건강검진에 두 차례 모두 참여한 40세 이상 450만명을 대상으로 음주량의 변화에 따른 뇌경색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뇌경색은 뇌졸중의 일종으로, 뇌혈관이 막혀 뇌에 제대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게 되면서 뇌의 조직ㆍ세포 일부가 죽는 것을 말한다. 

하루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군, 저위험 음주군(15g 미만), 중위험 음주군(15~30g), 고위험 음주군(30g 이상)으로 나누고, 음주량 변화가 뇌경색 발병에 미친 영향을 비교했다. 알코올 15g은 시중 판매 상품을 기준으로 대개 맥주 375ml 1캔 또는 소주 1잔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년 동안 음주량의 변화가 없었던 경우를 기준으로 보면, 저위험 음주군이 음주량을 늘릴 때 뇌경색 발병 위험이 가장 크게 뛰었다. 이들의 경우 저위험 음주를 유지할 때와 비교했을 때 음주량이 늘어 중위험 음주군이 되면 11%, 고위험 음주군이 되면 28%까지 뇌경색 발병 위험이 커졌다. 음주하지 않던 사람의 경우 저위험 음주군이 되었을 때 오히려 뇌졸중 발병 위험이 3% 가량 소폭 낮아지기도 했지만, 음주량이 늘수록 이 역시 상쇄돼 고위험 음주군에 이르면 술을 안 마실 때보다 뇌경색 발병 위험이 5% 증가했다.

반대로 고위험 음주군이 술을 줄이면 뇌졸중 위험도 낮아졌다. 2013년 검진 자료까지 있는 사람 350여만 명에 대해 추가 분석을 했더니, 고위험 음주군이 저위험 음주군으로 술을 줄인 경우, 뇌경색 위험이 1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술을 마시던 양과 상관없이 모든 음주군에서 술을 완전히 끊은 경우 뇌경색의 위험이 15~28%까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는데, 연구팀은 “이미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해 술을 마실 수 없는 이들이 포함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저위험 음주를 지속한 경우 역시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보다 뇌경색 발병 위험이 12% 낮았지만, 연구팀은 이 역시 “음주가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뇌경색 예방을 핑계로 음주를 권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교수는 “소량의 음주는 뇌경색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뇌경색 외 다른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개인별 알코올 대사 능력도 차이가 있어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소량의 음주를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수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하루 3잔 이상 과음하면 뇌경색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뇌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하루 1~2잔 이하로 절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