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3기 투병의 지혜서 '끝장 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암 3년차' 신문기자 출신 양선아씨의 살아가는 이야기

2022-06-01     홍헌표 기자

“처음엔 암이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암이 내 삶의 즐거움과 앎의 기쁨을 빼앗고 나는 어둠 속에 갇혀 영영 무채색 같은 삶을 이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완벽하게 틀렸다. 암 진단 이후에도 또 다른 기쁨과 행복과 기회의 빛이 나를 비춰주었다. 여전히 삶은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그날 나는 비로소 유방암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 질병이 부정하고 원망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 또한 내 삶이고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제야 암을 진단받기 전 내가 살아온 40여 년의 삶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치열했고 열정적이었고 내 삶을 사랑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살다가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양선아씨. 많은 암 환우들이 겪는 심리적인 과정을 그도 예외 없이 겪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회복의 힘으로 3년 째 암을 잘 관리하고 있는 양선아씨의 투병 에세이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한겨레출판)는 암 환우에게는 모범적인 자기 관리 교과서다.

양선아 작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불행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암을 이길 수 없었다. “암 투병으로 이어지는 삶도 내 인생이며 이 시간 또한 내 삶의 일부”라며 암을 친구로 삼았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것은 ‘감사’다. “먹고 싸고 자는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기적과 같은 것인지 알아버렸기에(…) 저절로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내려 놓기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걸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암을 완치하고 인생을 즐기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며, 두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한다. 암 진단 이전엔 뭐든 자신 뜻대로 삶을 만들어내야 만족했다면, 암 진단 이후엔 ‘인생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받아들였다.

암 진단의 충격, 수술-항암치료-방사선 치료의 과정에서 겪는 심신 고통을 어떻게 이겨 내고 긍정의 상황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녀의 경험은 곧 다른 암환우들에게는 훌륭한 투병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