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의 종착역 '세포자멸사(死)' 촉진제의 종류

■ 유명길의 '암 대사 이야기' (7)

2022-03-31     유명길 기자

이번에는 항암제의 기전이자 모든 암 치료의 종착역인 세포 자멸사(自滅死)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토콘드리아가 어떻게 세포자멸사(아포토시스, Apoptosis)를 유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세포자멸사란 인체에서 불필요해졌거나 문제가 생긴 불량세포를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인간세포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스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포자멸사는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 건강한 조직의 성장과 유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손상을 입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세포 핵의 p53 유전자가 작동하고, 2개의 세포로 분열할지 아니면 세포자멸사를 일으켜서 제거할지 스스로 검사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컴퓨터의 디스크 정리 프로그램 같은 것입니다.

세포 자멸사(아포토시스, Apotosis) 과정. 세포가 자멸사하면 기포로 바뀌고, 이를 대식세포가 먹어치움으로써 제거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크게 손상된 세포의 유전자가 5만개 이상 발견되면 우리 몸은 그 세포의 복구를 포기하고 스스로 제거하는 세포자멸사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주변 세포에 나쁜 영향을 주는 염증 등을 일으키지 않으며, 깨끗하게 다른 인체 구성물질로 재활용됩니다. 그 자리에는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포가 들어서게 되지요.

불량 세포가 죽는 방법은 세포자멸사 외에 3가지가 더 있습니다. 염증성 세포사멸 과정인 괴사(Necroptosis), 체내 철 이온과 지질과산화 과정에 의존하는 사멸과정인 페롭토시스(Feroptosis), 세포 내 병원체 감염 시 자주 발생하는 염증성 세포사멸 과정인 파이롭토시스(Pyroptosis)입니다. 이 중에서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세포사멸 과정이 세포자멸사이고, 많은 항암 약물이 암세포의 세포자멸사를 목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암 대사치료도 암세포의 영양 공급 억제에 따르는 세포자멸사 과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포자멸사 과정과 미토콘드리아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암 치료의 종착역인 세포자멸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미토콘드리아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인체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은 다릅니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를 진핵세포의 조상에게 잡아 먹힌 박테리아라고 추정하고 있고, 이를 ‘세포 내 공생설’로 설명합니다.

‘세포 내 공생설’의 세포자멸사 가설에 따르면, 두 개의 유기체가 서로 협력해서 잘 살았는데 주인(진핵세포)에게 문제가 생겨서 기능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 안에 살고 있던 미토콘드리아도 살기 힘들어지니 집에서 나가고 싶어졌는데 나갈 수 없습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집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진핵세포의 DNA에 요구(신호)를 합니다. 그게 세포분열 신호입니다. 이에 따라 세포분열이 이상 없이 잘 이뤄져 미토콘드리아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신호를 세포자멸사의 기원으로 보는 과학적 가설이 있습니다. 생물이 진화하면서 다세포 생물이 생기고, 세포자멸사 과정은 유기체의 생존을 위해 문제가 생긴 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으로 사용되었다는 과학적 가설이 존재하고요.

세포자멸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려면 미토콘드리아의 세포자멸사 유도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치료표적 억제 또는 유도에 힘써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 미토콘드리아에 의한 세포자멸사 유도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복제와 복구를 하는 독립적인 DNA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엄마의 DNA를 물려받습니다. 암세포도 정상세포와 같이 약 1000개 정도의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암세포 DNA에 많은 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세포자멸사 스위치가 켜져야 하는데 스위치가 켜지지 않아 암세포가 무한 세포분열을 합니다. 그 이유는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주요 유전자인 p53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암세포의 자멸사가 일어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핵에게 세포자멸사 개시를 명령하는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문제, 세포자멸사 개시를 실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불활성화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세포자멸사는 세포 내의 단백질 분해효소인 카스파아제(Caspase) 연쇄반응의 성으로 개시되는데요. 카스파아제 연쇄반응은 두 가지 경로로 시작됩니다. 첫 번째는 세포 표면의 사멸수용체(Death Receptor)를 자극하는 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외부경로(Extrinsic pathway)가 있습니다. 이 외부경로 역시 미토콘드리아 경로를 사용합니다. 두 번째는 세포가 손상되면 미토콘드리아를 경유해서 세포자멸사가 발생하는 내부경로(Intrinsic pathway)가 있습니다.

세포자멸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특히 중요한데요. 대부분의 과정이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존재하는 전자 운반체인 사이토크롬C가 미토콘드리아 외부로 방출되면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포자멸사 과정은 에너지 의존적이라서 ATP가 많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돼야 진행되기 쉽습니다.

발생 경로는 위에서 설명한 2가지이지만, 실제 세포자멸사가 발생하는 기전은 아래와 같이 3가지로 구분됩니다.

1) 직접적인 DNA 손상으로 세포핵에서p53 유전자가 p53 단백질을 만들고, p53 단백질은 세포가 문제가 많으면 세포자멸사 과정이 진행되고, 고쳐서 쓸 만 하면 자가포식(Autophagy) 과정이 진행된다.

2) 외부의 활성산소, 저산소증, DNA 손상, 기아, 자외선 등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의 항세포자멸사 단백질이 억제되면 세포자멸사가 진행된다.

3) 세포 표면의 사멸수용체의 자극에 의한 외부경로로 진행된다.

 

직접적인 DNA 손상, 약물이나 활성산소, 자외선, 저산소증 등으로 인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작용으로 세포 자멸사가 일어나는 과정.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세포자멸사가 일어나는 과정에 많은 단백질과 효소가 관여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치료표적으로 이해하고 각종 오프라벨 약물이나 보조제 섭취, 생활습관 개선 등을 시도하는 것이 대사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일 맥킨니 박사가 쓴 ‘자연요법 종양학’에서 추천하는 세포자멸사 촉진제로  퀘르세틴, EGCG, 멜라토닌, 인돌-카르비놀, 베툴린산, 카페인, 제니스테인, 버버린, 미슬토, 렉틴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치료와 보조제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날 있기 때문에 표준치료를 받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