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았다"는 암 치료법을 소개하지 않는 이유

■ 김태식 칼럼 ' 나의 암치료 이야기' ③

2022-03-03     정리=홍헌표 기자

오랜 기간 암환자 커뮤니티에서 상담을 하고 병원에서 포기한 난치암을 연구해왔습니다. 대학병원 중심의 표준요법 이외의 암 치료 방법을 많이 접하고 검토하였습니다. 여기에는 병원에서 암환자 치료에 쓰는 특화요법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면역증강치료, 온열치료, 동맥내항암치료, 복강내항암치료, 중입자치료, 면역세포치료 등이 시도되고 있고 후배 의료진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병원 밖 암 억제책(한방치료, 보완대체요법, 자연요법 등)에 주로 관심을 두고 연구했습니다. 27년간 의사가 아닌 암 연구자와 암 치료 약, 암 치료기기를 접했습니다. 늘 강조해왔지만 저는 임상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요법의 기전(내용)보다는 우선적으로 결과를 확인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치료 효과는 호전 사례가 충분한지로 판단해야

즉, 씨보다 열매를 먼저 검토합니다. 씨(기전, 내용)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호전 사례부터 확인합니다.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게 확인되면 그 뒤에 기전 등 내용을 물어봅니다. 치료 효과가 좋은 사례를 확인하는 데는 병원 의무기록이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원 의무기록을 통해 요법 전후의 환자 상태를 비교합니다. 그런데 병원 밖에서 암 치료 성과를 거뒀다는 요법, 암 치료약, 암 치료기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호전 의무기록을 보유한 환자가 20명 이상인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포기한 암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는 기준은 ‘반응률 20% 이상’이며, 지금까지 그 기준을 충족하는 요법을 찾아왔습니다. 암 치료 요법은 약이든 의료기기든 되도록 단일요법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면 치료 효과가 있더라도 무엇이 작용했는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요법을 함께 쓰는 복합요법은 '자연치유'라는 개념과 비슷합니다. 자연치유는 물, 공기, 햇빛, 산소, 음식, 운동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며, 제독(몸속 독 제거), 청혈(혈액정화), 마음치유, 호흡 등 다각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법이든 3개월 정도는 시행해야 하며, 육안적인 변화((삶의 질, 안색, 증상)와 병원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변화(암 크기, 혈액 수치)로 치료 효과를 평가합니다. 2가지 중 병원 검사를 통한 변화가 더 중요합니다. 해당 요법을 3개월 이상 시행한 환자가 많을수록, 또 환자가 앓는 암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치료효과 평가의 신뢰도가 높겠지요.

병원 밖 암치료, 3개월 이상 적용해 20% 이상 효과 있으면 긍정 평가

병원 표준요법을 포기한 암의 경우, 환자 100명에게 3개월 이상 적용해서 암이 줄거나 소멸된 환자가 20명 넘거나(20% 이상), 암이 크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환자까지 합해 50~60명 되는 요법이 있다면 저는 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만약에 100명 중 어떤 요법으로 좋아진 환자가 5명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5명은 여기 저기에 그 요법의 효과를 말하고 환자들에게 강추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안 좋아진 95명 중 일부는 돌아가셨거나 후회나 원망을 하면서 그 요법은 효과가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도 5명의 호전 사례는 어쩌다가 좋아진 사례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암환자들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재현성과 통계는 암 치료 요법 신뢰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록 의약품처럼 식약처 승인 하에 정식 임상시험((전임상, 임상 1~3상)은 못 하더라도 검사 상으로 암 크기가 변하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암이 줄거나 없어진 환자가 20명 정도면 약 20%의 효과, 암 성장이 멈추는 것까지 합해 60명 정도라면 60%의 효과가 있다고 개략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는 제가 환자 상담을 할 때 암 치료 요법을 받으면 좋을지 말지 권유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환자와 상담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암이 줄거나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경우가 60% 정도인데 하시겠습니까?” 그 치료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환자 자신이며, 만약 치료를 받겠다고 하면 그 치료가 안 듣는 40%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줍니다. 그래야 나중에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나 원망하는 일이 많이 줄어듭니다.

병원 포기 난치암 10~20%만 호전시켜도 대단하다고 평가

제가 늘 강조하지만, 대학병원에서 표준요법 치료를 포기한 난치암을 10~20%만 호전 시켜도 저는 대단하다고 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암 환자 1000명 중 100~200명에게서 암이 소멸되거나 줄어드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니까요.

병원 밖 암치료 요법은 대개 호전사례를 위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치료효과의 객관적인 증거인 검사상의 변화(의무기록) 자료도 없이 “낫게 했다”, “살렸다”, “좋아지게 했다”고 말로만 주장합니다. 건강식품을 먹고 좋아졌다는 수많은 체험담처럼 “이랬더니 이렇게 나았다”는 것 만으로는 생사가 걸린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암 치료 요법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요법을 적용하는 의료인 등 담당자가 환자 50~100명의 요법 전후 변화 기록을 잘 정리하면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 재현성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어쩌다 암이 나은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확보되며, 확보된 근거가 있다면 암환자들도 암치료 요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그게 없다면 결국 그 요법은 잠시 주목받다가 사라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부디 환자 여러분이 선택한 암치료 로드맵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