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암, '역 바르부르크 효과'로도 성장 에너지 생산
■ 유명길의 '암 대사 이야기' (4)
지난 3번째 글(https://www.canceransw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98)에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특이한 에너지 대사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특성을 ‘호기성 해당작용’ 혹은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뒤에 연구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는데, 모든 암세포가 호기성 해당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암종이나 진행성 암종의 경우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암세포는 주변의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에게는 "해당작용을 통해 에너지 연료를 생산해서 내게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리는 한편, 암세포 자신은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주변으로 종양을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을 ‘역(逆)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부릅니다.
‘역 바르부르크 효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르부르크 효과’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암종에서는 여전히 ‘바르부르크 효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역 바르부르크 효과’는 암의 이질성, 그리고 암세포는 대사적으로 유연하게 변하고 진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암과 달리 전이, 확산, 신생혈관 생성, 항암제 내성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진화된 암은 대사적으로 유연하고 공격적인 양상을 띱니다. 이것과 연관된 것이 바로 ‘역 바르부르크 효과’입니다. 그래서 4기 암은 ‘바르부르크 효과’ 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적 유연성을 발휘해 전이와 항암제 내성 등 강한 생존력을 보이는 것입니다.
위 그림은 지난 3번째 칼럼에서 설명한 암세포의 ‘바르부르크 효과’를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 분해로 만들어진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경로(피루브산 Pyruvate → 젖산)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위 그림은 ‘역 바르부르크 효과’에 관한 설명입니다. 암세포는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ROS)를 이용해 주변의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에게 산화 스트레스를 가합니다. 산화 스트레스를 받은 섬유아세포는 ‘바르부르크 효과’처럼 호기성 해당작용을 주로 진행함으로써 젖산, 피루브산, 지방산 같은 연료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생성된 연료들은 젖산 통로(MCTs)를 통해 주변의 암세포에게 다시 보내집니다. 암세포들은 이 연료를 받아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종양의 진행, 전이, 항암제 내성을 강화합니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서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OXPHOs)를 촉진하고 주변 세포의 대사를 유리하게 바꿔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과 함께 '역 바르부르크 효과’에서 산화 스트레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한 활성산소종(ROS)은 종양 미세환경으로 방출된 뒤 인접한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 내부로 들어가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킵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저산소증유도인자(HIF-1α)와 핵인자카파비(NFκB)를 활성화 시킵니다. HIF-1α 활성화는 호기성 해당작용과 종양 미세환경의 혈관 신생을 촉진합니다. 또 자가포식(Autophagy)과 리소좀 분해(Lysosomal degradation)를 통해 세포 간질에 존재하는 주요단백질이자 산화질소 합성효소(NOS) 억제자인 Cav-1의 감소를 유발합니다. 이를 통해 종양 미세환경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CAFs의 호기성 해당작용을 촉진합니다. 이 호기성 해당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받은 암세포는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강화해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가 주는 연료를 받아먹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암세포는 생존하면서 세력을 불려 주변을 침입하고, 전이되고, 항암제 내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치료는 암세포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면역항암제 치료 등이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역 바르부르크 효과’를 고려해 암을 치료한다면 암세포와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의 활성산소종 스트레스 신호 제거와 기질세포에서의 연료 차단 등의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역 바르부르크 효과’를 보이는 암종에는 미토콘드리아 세포 호흡을 약하게 만드는 독시사이클린이나 메트포르민을 사용하고, 디클로페낙과 퀘르세틴 등을 통해 MCTs를 막으면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가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이 대사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외의 다른 대사도 동시다발적으로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 바르부르크 효과’는 암세포가 생존하기 위해 대사적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암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역 바르부르크 효과’ 외에도 다양하게 에너지 대사를 변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