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7년간 '병원 밖 암치료'를 해온 이유는...
■ 김태식 칼럼 ' 나의 암치료 이야기' ①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700명 가까운 암 환우가 새로 생기고 230여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약 2분에 1명씩 암 진단을 받고, 6.3분에 1명씩 암으로 사망한다. 부동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사는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이 남성 39.9%, 여성 35.8%이다. 남성은 5명 당 3명, 여성은 3명 당 1명이 암을 경험하고, 한 가구 당 한 명이 암을 경험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의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암은 난공불락이다. 최신 암 표준치료를 받아도 40% 정도는 실패한다. 나는 1971년에 의대에 입학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1996년 병원 치료에 실패한 암 환우, 난치암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암 투병 중이던 가족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면 어떻게 해요?” 결국 가족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 뒤로 대학병원 밖에서 암을 치료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내가 치료하거나 상담을 한 암환우는 어느덧 4만명이 넘었다.
나는 통합의학적 암치료와 전인건강을 암 치료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과학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임상 근거 중심의 의학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암 환우에게 도움이 된다면 대학병원 밖의 통합의학 치료법을 검토하고 수용하는데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대학병원 표준치료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표준치료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표준치료도 ‘병원 밖 치료’(한의학, 대체요법, 자연요법)도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느 한 쪽의 단점만 강조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처럼 암에 대해 부분적인 접근 밖에 할 수 없다.
대학병원 표준치료와 병원 밖 치료는 둘 다 같은 목적(암을 물리치는 것)을 가진 ‘동맹군’이기에 서로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 된다. 표준치료는 근거 중심의 의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게 최우선의 과제이며, 병원 밖 치료는 통계 데이터, 근거 등 자료 부족을 꼭 보완해야 한다. 신(神)은 믿음의 대상이고, 사람은 용서·포용과 사랑의 대상이며 의학·요법은 이용의 대상이다. 아픈 사람을 위한 '하늘의 선물'이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 구별을 한다.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 불가 판정을 받은 암 환우를 10~20% 정도만이라도 회복시키는 ‘병원 밖 치료’가 있다면 나는 대단하다고 보고 도전을 권한다. 하지만 10~20%의 성공 확률은 거꾸로 80~90%는 실패할 확률도 있기 때문에 표준치료를 포기하고 ‘병원 치료’를 선택할 때에는 혹시 결과가 안 좋아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으로 임하기를 바란다. 실패 시 조금이라도 원망, 후회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환우들에게 말한다. 100% 치료가 되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 치료를 받으려 하겠지만 이 세상에 그런 치료법은 없기에 지혜롭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내가 연재할 칼럼의 주제는 오랜 기간 4만여 암환우(대부분 대학병원이 포기한 말기암, 난치암 환우)를 치료한 경험과 느낀 점, 투병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환우들은 각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자신이 상황에 맞게 취사 선택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