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건강밥상'... 섣달그믐엔 비빔밥, 설날엔 만둣국
2월 1일은 설날이다. 음력 새해가 시작되는 날. 임인년(壬寅年)은 사실 이날 시작된다. 1월의 마지막날인 31일은 음력 섣달 그믐날이다. 한해를 끝내는 음력 12월이 섣달이고, 마지막 날을 '섣달 그믐'이라고 부른다.
섣달 그믐에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야 한다. 수세(守歲)라고 하여, 집 안팎에 불을 밝히고 새벽까지 자지 않았다. 닭이 울 때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밝히고 묵은해를 보낸 것이다.
이날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니 서로 눈을 부릅뜨고 잠을 자지 말자는 것. 밤을 지새며 먹는 밥이 있다. 바로 '비빔밥'이다.
화해와 융합의 음식으로 꼽히는 비빔밥은 '골동반'이라고 불린다. 쓰지 않는 물건들, 남은 음식들을 지칭할 때 쓰는 '골동(骨董)'으로 만든 밥이다. 집안에 남은 음식들을 해를 넘기지 말자며 이것저것 모아 한 그릇에 담아 비벼 먹는 밥이 비빔밥, 골동반이다.
현대사회에서 비빔밥은 건강음식으로 꼽힌다. 국적기의 식사메뉴로 제공된 것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도 바로 '건강음식'이라는 인식 때문. 다양한 영양소를 한 그릇으로 섭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기보다는 다양한 채소들을 먹어 비타민과 섬유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다. 다이어트 식사의 대표격인 비빔밥이 사실을 세시 풍속을 담고 있는 전통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설날이 오면 만둣국을 먹는다. 만둣국을 먹지 않으면 나이를 먹은 것으로 치지 않는 풍속이 있을만큼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메뉴다.
떡만두를 먹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의 관점에서는 떡보다는 만두가 건강식이다. 떡은 쌀을 집약해 놓은 것. 탄수화물의 집약체다. 탄수화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 과잉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떡은 생략하고 순수한 만둣국을 영양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만두소에 따라 만두는 영양이 달라지지만, 몸에 좋은 야채와 적당량의 고기가 잘 다져진 만두로 끓인 국은 겨울철 영양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국물(육수)을 내는 방식에 따라서 또한 건강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다. 대체로 다시마 종류와 표고버섯, 그리고 멸치가 육수의 베이스가 된다. 거기에 대파와 다진 마늘 등 모두 현대인의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듬뿍 담겨있다.
송구영신의 세시풍습에 담겨있는 영양의 지혜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섣달 그믐엔 비빔밥을, 설날 아침엔 뜨끈한 만둣국을 챙겨 먹어보자. 새해, 건강이 찾아올 것이다.